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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의 기사와 사는 이야기/우리 나라 축제 이야기

"아따, 그 처자 입담 한 번 좋구먼!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

by 한빛 (hanbit) 2016.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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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년 과거급제 삼일 유가의례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하하하 다름아닌, 선비가 과거에 급제를 하면 고향땅에 내려와서 이렇게 잔치를 벌인다고 하네요. 바로 그 의식을 재현하는 거랍니다.


"장원급제요~!"


사물놀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어사화를 꽂은 사모관대를 쓴 선비 하나가 그 뒤를 따릅니다. 뒤이어 색색 고운 우리네 한복을 입은 남녀 청년들이 급제한 선비를 따라가며 경사로운 마을 잔치에 흥을 돋우고 있어요. 바로 '식년 과거급제 삼일 유가의례'라는 행사를 하기 위해 한창 리허설을 하고 있는 거였어요. 이 행사는 선비가 과거에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오면, 마을에서 잔치를 벌이는데 바로 그런 의식을 재현하고 있는 거였어요.


영주시 순흥면 선비촌에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이 찾아와 옛집이 즐비한 곳들마다 구경을 합니다. 옛집마다 부스가 따로 차려져 있고 갖가지 행사를 하고 있어요. 여러 해 앞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 영주 선비촌과 소수서원을 꼼꼼히 둘러봤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옛집 풍광과 어우러진 옛 선비들의 삶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 영주선비문화축제 과거에 급제한 선비는 이렇게 고향에서 어른들께 인사를 하고 마을 사람들한테 잔치를 베풀어요.







부스마다 체험거리들로 넘쳐납니다. '해우당고택'에서는 한글박물관 자료 전시와 함께 한글탁본체험도 하고, '강학당'에서는 투호, 재판놀이, 인견 조각보 만들기 체험도 해요. 또 '승운정'정자에서는 다도체험을 하는 이도 있고, '무쇠공방'에서는 은장도를 전시하고 체험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다른 축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런 체험거리들이더군요. 부스마다 구경하는 이들이 무척 많았어요.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과연 이 통돌이는 무엇일까요? 하하하, 바로 다름 아닌, 전통유과에 쌀튀밥가루를 자동으로 입혀주는 기계랍니다. 진짜 신기하지요?



▲ 떡메치기 선비촌 저잣거리에서는 떡메치기도 볼 수 있답니다. 어린이 하나가 꽤 유심히 봅니다.


순흥면 전통 민속놀이 '초군청줄다리기'


주 무대가 있는 너른 마당이 한창 시끌벅적합니다. 구름떼 같은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가서 보니, '고싸움' 같기도 하고 '차전놀이' 같기도 한 놀이판이 벌어졌는데, 바로 '초군청 줄다리기'라는 놀이였어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놀이인데, 무척 재미납니다.


'성하'와 '성북'으로 팀을 나누어 커다랗고 길게 만든 줄을 서로 잡아당기는 줄다리기놀이인데, 이곳 영주 순흥면의 '전통 민속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크고 긴 줄을 들고 각 팀에서 잡아당기는 이들은 바로 이 축제에 참여한 시민과 관광객이라고 하네요. 미리 신청접수를 받아서 하는데, 심지어 키 큰 외국인도 있었어요. 농사꾼 복장으로 흰옷을 입고 신나게 응원하며 줄다리기를 하는데, 모두들 그 목소리와 열기가 정말 뜨거웠답니다. 보는 이들도 저절로 신나고 흥겨웠답니다.




▲ 초군청줄다리기 고싸움 같기도 하고 차전놀이 같기도 한 이 놀이는 영주 순흥면의 전통 민속놀이랍니다. 영주 선비문화축제에서는 관중들과 시민들이 함께 이 줄다리기에 참여를 한답니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지요.





"아따, 그 처자 입담 한 번 좋구먼!


'초군청줄다리기'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또 다른 마당으로 나가니, 높다란 장대를 양쪽 끝에 두고 긴 외줄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딱 한 사람 뿐 이라는 여성줄꾼의 외줄타기를 선보인다는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얼쑤~!' 하는 외침이 들리더니, 한 처자가 냉큼 긴 장대를 밟고 외줄에 올라섭니다. 진짜 여자 줄꾼이었어요. 가만, 그렇다면?


맞았어요. 여러 해 앞서 칠곡 신동면, 아카시아축제에서 여성줄꾼의 묘기를 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우리나라에 딱 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그 사람일 텐데……. 역시나! 외줄에 올라가 인사를 하는 저 처자가 바로 그때 본 박선미 줄꾼이었어요.




▲ 우리나라 오직 하나 뿐인 여성줄꾼 박선미씨 우리나라에는 여성줄꾼이 이 박선미씨 딱 한 사람 뿐이라고 하네요.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인데, 줄도 잘 타지만, 입담 또한 최고랍니다.






▲ 외줄타기 외줄타기 여성줄꾼 박선미 씨,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외줄타기, 재미도 있지만 아슬아슬하기도 해요.




▲ 외줄타기 높은 외줄 위에서 줄을 타다가 아예 드러눕기까지 합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서서 더더욱 흥겹고 신나더군요. 게다가 이 줄꾼의 입담이 어찌나 좋은지, 외줄 아래에 구름떼처럼 앉아있는 구경꾼들을 외줄 위에서 '들었다 놨다' 하더군요. 혼자서 약 30분 동안 외줄을 타며 진행까지 이끌어 가는데 참 놀라웠어요. 박수가 안 나오면, 힘이 안 난다고 줄에서 내려가겠다며 느닷없이 줄을 출렁거리며 땅으로 떨어질 듯 휘청거리기도 하면서 구경꾼들 박수를 이끌어내는데, 참 잘 했어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외줄을 타던 솜씨와 견줘보니, 기억은 아련하지만 5~6년 전인 그때보다 더 농익었다 할까요? 아무튼 거침없이 줄을 타며 재미난 입담으로 관중을 이끌어가는 모습까지 참으로 멋져보였답니다.


사뿐사뿐 걸음을 내딛으며 수줍은 처녀 흉내를 내는가 하면, 엉덩이를 실룩실룩 거리며 뺑덕어멈 흉내를 내기도 하고, 뒷짐 지고 팔자걸음 걷는 양반님 흉내도 냈다가, 또 그 높다란 외줄 위에서 다리를 꼬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지를 않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지를 않나, 아예 다리가 아프다며(?) 드러눕지를 않나……. 그야말로 줄 위에서 못하는 게 없더군요.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손에 땀이 나는지, 후후 불기도 하지만 줄을 타기 시작하면 눈빛이 강렬하게 살아나는 걸 볼 수 있었답니다.


여성줄꾼 박선미 씨의 외줄타기공연까지 보고 돌아왔는데, 하루를 온전히 즐거움과 신명으로 보내고 흥을 잔뜩 채워서 왔네요. 이번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5월10일까지 펼쳤는데요. 내년에는 꼭 한 번 구경해보시길 바랍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 당나귀 체험 선비문화축제에서는 당나귀가 끄는 꽃마차도 타 볼 수 있답니다. 또 당나귀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위 글은 <오마이뉴스> 기사에 실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러가기 ☞ 

얼쑤~! 선비의 멋, 맛, 흥에 취해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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