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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의 기사와 사는 이야기/나들이길에 만난 풍경

아름다운 풍광에 눈물짓던 승부역을 딛다

by 한빛 (hanbit3) 201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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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 역마살 여행기2]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승부역에 가다




▲ 봉화 승부역 몇 해 앞서, 철암역에서 영주역까지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가다가 본 풍경 때문에 눈물짓던 기억이 떠올라 그 추억의 길에 가 봅니다.


"너 지금 우냐?"

"......"

"하아~! 그래 정말 눈물 날 만큼 아름답다." 


몇 해 앞서 단풍이 한창 물들었던 늦가을, 태백과 철암 여행을 하면서 돌아오던 길에 철암에서 분천까지 이어지는 V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를 탔던 적이 있어요. 말로만 듣던 열차를 타고 설레고 들뜬 마음이었지요.


협곡 풍경에 눈물짓던 그 길에 서다




▲ 시골풍경 몇 해 앞서 열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본 풍경이에요. 승부역 가는 길에는 이렇게 어릴 적 고향 풍경이 떠오르는 곳이 많이 있답니다.

차창 밖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연신 감탄을 내뱉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지요. 그러나 이내 마음이 숙연해졌어요. 아니,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고 콧등이 시큰해졌지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며 여행해 본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참 많이 다녀봤는데 열차 안에서 내다보는 풍경 때문에 이렇게 가슴 벅차 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백 황지연못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낙동강 물이 유유히 흐르고 그와 함께 늦가을 조금은 서글픈 풍경들, 군데군데 밭 한 가운데 외딴집들이 하나 둘씩 보이고, 그 둘레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또 몇 사람이 모여서 타작을 하는 풍경을 보니,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자꾸만 밀려오고 있었어요.




▲ 승부역 가는 길 경북 봉화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많답니다. 밭 한 가운데에 외딴집이 있는 풍경이 멋스럽습니다. 그 둘레로 난 길도 아름다워요.

그런 풍경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계속 흐르는 거예요.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이 지금 우는 거냐고 묻는 거였어요. 열차 안에는 영주로 가는 아낙네들 몇 사람이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을 뿐, 칠칠치 못한 내 모습은 들키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강물도 내 손 끝에 있고, 작은 밭뙈기도 내 손 끝에 있다


이런 일을 겪었던 터라, 이번 승부역 나들이는 참 기대되고 설렌 여행이었지요. 마음 같아서는 그 길을 손수 걸으며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지만, 또 다른 일정도 있어 차를 타고 갔어요. '봉화'라는 지명만 생각해도 '오지' 중에 오지인데,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승부역으로 가는 길은 어느새 자동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다란 길이었답니다.




▲ 다리 태백 황지연못에서부터 시작된 낙동강 물이 흐르는 승부역 가는 길엔 더러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가 여럿 있답니다.

몇 해 앞서 열차 안에서 보던 풍경이 손끝에 잡힐 만큼 지나갑니다. 아름다웠어요. 물살도 제법 센 강물을 따라 그 곁에 난 좁은 길은 때때로 비포장 길도 만나 덜컹덜컹 제 맘대로 비틀거리곤 했지요. 비탈진 밭에서는 아낙들이 여럿 나와서 무언가를 심고 있는데, 그 풍경 또한 제 마음을 사로잡고요. 어느 모퉁이를 돌아갈 때, 제법 큰 강아지 두 마리가 외지 사람 두려운 줄도 모른 채, 순하디 순한 얼굴로 우리를 보며 꼬리까지 치고 있답니다. 그만큼 정겹고 살가운 것들이 온통 따뜻함으로 넘칩니다.




▲ 시골풍경 비탈진 밭을 갈고 있는 농사꾼 부부를 봅니다. 참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입니다.




▲ 농사짓는 아낙네들 이곳도 비탈진 곳이네요. 제법 너른 곳인데 마을 아낙네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를 심고 있어요.




▲ 농사짓는 아낙네들 제법 너른 땅이지요? 땅 빛깔만 봐도 굉장히 좋은 땅인 듯해요. 참 정겹네요.




▲ 시골 강아지 승부역 가는 길에 만난 강아지, 낯선 이를 보는데도 짖지도 않고, 반갑다고 꼬리를 치더군요. 



외딴집 풍경이 아름다운 봉화


또 한 모퉁이 돌아서니, 비탈진 밭에서 땅을 갈고 있는 농사꾼 부부를 봅니다. 아름다워요. 이곳 봉화 땅에는 밭 한 가운데에 있는 외딴집이 더러 있답니다. 다른 곳은 집집이 몇 집이라도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둘레로 밭이나 논이 있는데, 참 보기 드문 풍경이랍니다.


드디어 저 앞에 빨간 다리가 보여요. 바로 '승부역현수교'랍니다. 예전에 협곡열차를 타고 갈 때는 빛깔이 저렇지 않았는데, 아마도 최근에 새롭게 칠을 한 듯했어요. 이 시골마을에 빨간색 다리가 그나마 도시스러운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요? 안 어울릴 듯하면서도 참 잘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걸어서 간다면, 이 다리를 건너야만 승부역에 닿을 수 있지요. 우리는 강물위에 난 따로 난 길을 따라 가서 차를 세웠어요.




▲ 승부역현수교 낙동강 물 위에 빨간 현수교가 굉장히 눈에 띕니다. '오지 마을' 속에 가장 도시 스러운 풍경이랄까요? 최근에 빨간 빛깔로 다시 칠을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승부역이 한눈에 들어섭니다. 승부역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예전 그 감동이 밀려옵니다. 협곡열차를 타고 가면서 본 그 풍광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래서 또 잠시 그 감동을 느껴봅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생각보다 조용했어요.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승부역을 소개할 때는 이곳에 눈꽃열차와 협곡열차가 생기면서 승부역에 관광객들이 내리면, 그들한테 손수 키운 채소와 산나물들을 내다 팔던 어르신들이 있었지요. 판매부스도 따로 마련해놓고 장사를 하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어요. 판매부스도 모두 문이 잠겨져있었어요. 사람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지요.




▲ 승부역 그토록 가보고싶어했던 승부역입니다. 아주 작은 시골마을 간이역이에요. 요즘은 눈꽃열차와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이곳을 지나가고 또 서곤 합니다. 




▲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승부역에서 18년동안 역무원으로 근무했던 김찬빈 씨가 지은 글이라고 합니다. 하늘은 넓고 높은데, 이곳 승부역은 고요하기 그지없는 그런 곳이지요.

그때,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만 고요하던 정적을 깨뜨립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역무원 한 분이 나옵니다. 저 멀리서 여객 열차가 아닌 한 냥짜리 작업열차(?)가 들어옵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라


1963년부터 1981년까지 18년 동안 승부역에서 근무했던 역무원 김찬빈씨가 어느 날, 승부역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은 넓고 높은데 이곳 승부역은 너무나 작고 고요하여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여 지은 글이라고 합니다.




▲ 열차 우리가 갔을 때에도 정말 고요했어요. 사람이라고는 역무원 한 분 밖에 못 봤답니다. 그리고 눈꽃열차도, 협곡열차도 못 보고 이렇게 작업열차(?)만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 승부역 앞에 흐르는 낙동강 태백 황지연못이 바로 낙동강 발원지라고 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이곳 승부역 앞도 낙동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꽤 아름답습니다. 가을 풍경도 꽤나 멋스러운 곳이지요.

그 옛날은 지금보다도 더 두메산골이었으니, 왜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어요? 그러나 글에도 있듯이 이곳이 바로 태백 일대의 탄광촌이 둘레에 있어 석탄을 실어 나르던 주요 역사였던 곳이지요. 그야말로 영동의 심장이고 수송의 동맥이라고 표현했던 역무원의 말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승부역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지려고 하네요. 온통 강물과 산뿐인 두메산골, 다른 어느 때보다도 해가 일찍 숨어버리네요. 몇 해 앞서, 협곡열차에서 보던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뜨거운 감동으로 눈물까지 흘리게 했던 승부역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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