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렁주렁 매달린 상주곶감 경북 상주시 외서면 예의2리, 곶감마을에 초대되어 다녀왔어요.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처럼 행복이 알알이 박힌 정겨운 고향집의 풍경과 식구들의 살가운 정을 듬뿍 먹고 왔네요.
어느새 해도 바뀌고 조금 있으면 설 명절이 다가오네요. 명절 때마다 선물을 많이 주고받지요? 명절 선물 하면 늘 먼저 떠오르는 '곶감' 또, 곶감 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상주곶감'이지요. 얼마 앞서 우연찮게 상주 곶감농장에 초대되어 다녀온 적이 있답니다. 우리 부부가 아주 좋아하는 시골풍경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라서 갈 때부터 마음이 무척 설렜답니다.
상주 곶감마을에 초대받다
회사 동료의 고향집인데, 바로 경북 상주시 외서면 예의2리 마을이랍니다. 이 마을엔 예로부터 감나무가 무척 많았다고 합니다. 제 고향도 상주인데, 이 마을에선 조금 떨어져있지만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보면 감나무 농사를 많이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겨울이면 곶감을 만드려고 감을 깎아서 주렁주렁 실겅에 매달아놓고, 또 감껍질도 그대로 말려서 추운 겨울 군것질 거리가 없던 때, 광에서 조금씩 꺼내어 아랫목에 둘러앉아 야금야금 먹었던 추억도 생각나네요.
"누님, 우리집 가다보면 기가 막힐 걸요?"
"아니, 왜?"
"가보믄 알아요. 골짝 골짝 완전 골짝이거든요. 마이 서글플낀데..."
"하하하 걱정마, 우린 그런 데 일부러 찾아다닌다."
▲ 정겨운 시골풍경 산골짜기 아래 자리 잡은 예의리 시골마을에서는 곶감처럼 달콤한 정이 배어납니다.
회사 동료는 고향집에 처음으로 우리 부부를 초대했는데, 너무 시골이라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어요. 별 걱정을 다 하지요? 우린 되려 옛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을 일부러라도 찾아다니는데 말이에요. 하하하!
"이야~ 여기 죽인다. 풍경이 딱이네!"
"하하하 그러게. 딱이네!"
화령 나들목을 빠져나오자마자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옛길을 따라 가는데,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우리 부부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어요. 참말로 예스런 풍경이었어요. 다만 바뀌었다면 찻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어있고, 집집이 지붕 빛깔이 알록달록하다는 것 말고는 어릴 적 보고 자랐던 시골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그런 마을이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띤 건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감나무가 무척 많다는 거였어요. 겨울철이라서 감이 달려있는 건 못 봤어도 들판마다, 또 집집이 감나무가 참 많더군요. 역시 곶감마을다웠어요.
예의2리 마을에서도 조금 벗어난 외딴집에 닿았답니다. 거기가 바로 이 친구의 고향집이었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동료의 아버지로 보이는 어른께서 집앞까지 나와서 우리를 반겨줍니다. 딱 봐도 아버지인 줄 알겠더군요. 참 많이 닮았더라고요.
▲ 감나무밭 집뒤로 얕으막한 밭에는 온통 감나무 천지입니다. 벌써 제가 알고지낸 기간만 10년이 넘었는데, 해마다 이 밭에서 난 곶감을 나눠주어서 그 맛을 잘 알지요. 달콤하고 맛난 감이 바로 이 밭에서 주렁주렁 열린답니다.
▲ 곶감이 영글어가요. 아직도 곶감창고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이 있답니다. 바람이 잘 들도록 사방이 트인 창고안에서 맛있는 곶감이 영글어가고 있어요.
잔치잔치 벌렸네!
마당에 들어서니, 모든 식구들이 나와서 북적거립니다. 보는 이마다 인사를 건네며 반갑게 맞아줍니다. 가만히 보니, 이 댁 어머니는 바깥 사랑채에 딸린 아궁이에서 무언가를 부지런히 만들고 있었어요. 무얼 하는지 여쭈었더니, 어머나 손두부를 만들고 있다네요. 세상에나 이런 행운이 다 있습니까? 늘 공장에서 만들어진 두부를 사먹기만 했는데, 시골마을에서 손수 손두부를 만드는 풍경을 보다니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편과 나는 사진기를 꺼내서 그 과정을 담기에 바빴답니다.
▲ 손두부 만들기 저 멀리 가평에서, 또 수원에서, 구미에서 모인 자식들한테 먹이려고 어머니는 손수 두부를 만들고 계셨어요. 낯선 방문객은 처음 보는 손두부 만드는 풍경에 넋을 잃고 빠져듭니다.
▲ 갓 만들어진 손두부 식구들이 한데 모여 만든 시골집 손두부에요. 갓나온 두부를 한 입 뚝 떼어먹는데 그 맛이 정말 좋더군요. 고소하고 구수했어요.
"하이고 별 걸 다 찍네요."
"하기야 도시 사람들은 이런 거 잘 못 볼 거여?"
이 댁 어머니와 고모님이 번갈아가며 사진기를 들이대는 우리를 보며 한마디씩 건넵니다. 아무렴요. 손두부를 만드는 걸 본 적이 없는 우리는 얼마나 신기하고 즐거운지 모릅니다. 다행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하나 하나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답니다.
"야야! 그 콩깍지 갖고 어여 불 좀 넣어봐."
"아이고 매그러버라. 곧 죽어도 눈은 좀 딲고 해야겄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가면서 하니 연기가 솟구쳐서 곁에 있어도 매운내가 올라오네요. 그러면서도 연신 손은 바쁩니다. 미리 불려서 갈아놓은 콩으로 큰 가마솥에 앉히고 불을 때다가 또 사그라들게도 하면서 불조절을 합니다. 두부 만드는 과정이 퍽이나 재밌습니다. 콩물을 다 끓이고 나면 불을 줄이고 흰 자루에다가 다시 퍼담고 국물을 꾹꾹 짜내어서 또 솥에 붓고 끓이더군요. 한소끔 끓으면 돌덩어리처럼 생긴 '간수'를 넣고 녹여서 몽글몽글해질 때까지 또 끓이고...
그렇게 시어머니, 며느리, 딸, 고모님까지 온 식구가 모두 팔 걷어부치고 일사천리로 척척 손발 맞춰가며 어느새 두부가 뚝딱 만들어지더군요. 이 댁 막내 따님이 갓 나온 두부 한 귀퉁이를 뚝 떼어다가 맛을 봅니다. 덩달아 나도 맛을 보니, 어찌나 고소하고 맛나던지... 하하하 역시 공장에서 나온 사먹는 두부와는 견줄 수가 없더군요.
이날은 형님, 동생, 아들, 며느리, 딸, 손녀 어느 한 식구도 빠지지 않고 이 댁에 모두 모인 날이라고 하네요. 이른 아침부터 식구들이 한데 모인다고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도 빼고, 콩도 갈아서 두부도 만들고, 또 마당 한 켠에는 염소까지 잡아서 푹 끓이고 있었답니다.
▲ 마당 한가운데에 걸린 솥에서는 너른 마당 한가운데에 솥을 걸어두고 무언가를 한창 끓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집에 한데 모인 식구들한테 먹이려고 어머니는 며칠 앞서부터 준비를 하셨답니다.
고향집에 닿자마자 손두부 만드는 풍경에 빠져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두부가 다 만들어지자 그제야 이 댁 집안 풍경이 보입니다. ㄱ자로 꺾인 집과 너른 마당, 또 집 뒤로는 온통 감나무 천지인 감나무밭이 보입니다. 또 마당 한 켠에는 커다란 창고가 있는데, 아하 여기에서 곶감을 말리고 있군요. 사방이 트인 창고 안에다가 높다랗게 실겅을 매달고 대나무 가지에다가 주렁주렁 엮어놓은 감을 말리고 있었어요. 주황빛 나는 감들이 오롱조롱 매달려서 곶감이 되어가고 있었답니다.
보통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감을 다 딴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서리를 맞으면 품질좋은 곶감을 만들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물렁해져서 감을 깎을 수가 없다고 해요. 그렇게 딴 감을 창고에 먼저 보관했다가 이렇게 깎아서 하나하나 엮어서 매달아 놓고 두어 달 뒤면 아주 맛난 반건시가 된다고 하네요. 이날 처음 알았는데, 모양이 예쁜 곶감일수록 품질이 더 떨어지는 것이라는 걸 말이에요. 그런 곶감은 일부러 손으로 만져서 모양을 낸 것이고, 좋은 곶감은 있는 그대로 말려서 그걸 그대로 포장을 한다고 합니다.
▲ 상주곶감 이렇게 곶감을 잘 말려서 예쁘게 포장을 합니다. 이렇게 40개들이는 4만5천원에 30개들이는 3만5천원에 팔린다고 하네요. 명절 때마다 이렇게 공들여 생산된 곶감이 동이 날 만큼 다 팔린대요. 그만큼 믿고 사먹을 수 있는 곶감이기 때문이겠지요?
▲ 상주곶감 곶감을 크기대로 골라서 구별해놓은 거랍니다. 곶감을 덮은 종이에 쓰인 숫자가 무얼 뜻하는지 궁금해서 여쭈었더니, 1.5는 한 상자에 150개, 2.0은 200개가 담겼다는 뜻이라고 하시더군요. 요즘은 곶감 선별하는 것도 기계가 다 하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다고 합니다.
▲ 상주곶감 크기대로 골라서 곶감을 담고 이렇게 바깥 포장을 해주면, 멋진 상주곶감이 됩니다. 아마도 다가오는 올 설 명절에도 이 상주곶감이 많은 이들한테 정이 담긴 선물이 되겠지요?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 그 맛과 품질은 10년 동안 먹어본 제가 보장합니다. 하하하
그동안 시골마을에 자주 다니면서 곶감 말리는 풍경을 많이 봐왔어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마냥 신기하고 즐겁답니다. 감꼭지에 얼기설기 엮어놓은 것도 재밌고 그 많은 곶감을 만들기까지 과정도 낱낱이 들어봅니다. 동료의 아버지는 우리를 보자마자 매달려있는 곶감을 하나 툭 떼어내어 먹어보라고 건네줍니다. 참 맛있고 달더군요.
벌써 10년을 봐왔답니다. 동료의 시골집에서 곶감농장을 한다는 얘기와 실제로 명절 때가 되면 고향집에서 만든 곶감이라면서 가지고 와서 나눠주기도 했답니다. 그 때 먹었던 바로 그 맛 그대로인 곶감을 내 눈앞에서 보고 먹고 있으니, 퍽 즐거웠답니다.
▲ 낯선 이도 살갑게 맞아주신 아버지와 어머니 낯선 손님으로 간 우리 부부인데도 참말로 살갑게 맞아주시고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참 정겨웠던 회사 동료의 아버지, 어머니에요. 아버지 이중희 씨(70)와 어머니 정월순 씨(65)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순박하고 푸근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였답니다.
아버지 칠순잔치 의논하는 식구들을 보면서
"오빠! 내년(2014년)이 아버지 칠순인데 우짤끼라? 응? 이래 모이기도 힘든데 의논 좀 해보자."
"우짜믄 좋겠노? 어데 여행이라도 갈까? 아니믄 동네 잔치를 할까?"
"둘 다 해야지. 마을 사람들하고 잔치도 하고, 선물도 좀 하고, 또 우리 식구들 다 모여서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
이댁 막내 따님인 윤정씨는 참 '똑' 소리 나는 친구더군요. 일부러 식구들 잔치한다고 저 멀리 경기도 수원에서 식구들과 함께 고향집에 내려왔는데, 아들, 딸, 며느리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 칠순잔치를 어떻게 할까? 하며 의논을 하는데, 그 곁에서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어도 내가 다 행복하더군요.
게다가 형제들이 많으니 북적거리는 재미도 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일손을 거들고 재미난 얘기꽃도 피우는 모습을 보니 형제가 없는 저는 무척 부럽더군요. 게다가 이렇게 자식들이 저마다 돌아가면서 한 달에 두어 번씩은 고향집에 온다고 합니다. 무척이나 복스런 집이지요?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처럼 알알이 행복한 웃음꽃이 박혀있는 멋진 고향집 식구들이라서 더욱 아름다워 보였답니다.
이댁 어머니 아버지도 무척 즐거우신듯 보였어요. 아들, 딸, 며느리, 손녀들한테 이것저것 챙겨 먹이는 재미도 남다르신듯 보였어요. 덕분에 손님으로 간 우리 부부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편안하게 머물면서 살갑고 따듯한 고향의 정을 듬뿍 받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답니다. 돌아나올 때, 이댁 막내 따님 윤정씨가 한마디 건넵니다.
"언니, 나중에 따듯해지면 우리 마당에서 삼겹살 구워먹을 때 꼭 한번 오세요. 이거 빈 말 아니에요."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사글입니다. 다음과 네이버에서도 상주곶감, 예의리곶감, 또는 제 이름 손현희로 검색하셔도 볼 수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기사 보러가기 ☞ 곶감마을 잔치잔치 열렸네!
※ 이 곳 상주 예의리 마을 이 댁에서 생산한 품질 좋은 곶감을 따로 판매합니다. 링크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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