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이 참 희한하게도 생겼구나!
누룩바위와 함께 이 마을에는 또 다른 보물이 있답니다. 그건 바로 '방단형 적석탑'이라고 하는 돌탑인대요. 벌써 여러 해 앞서, 우리 부부가 한창 문화재를 찾아다닐 때 꼭 한번 가서 보려 했던 문화재였답니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고 다른 얘깃거리와 함께 묶어서 가 볼 수 없는 곳이라서 계획만 세웠다가 그만두었던 바로 그 돌탑이지요. 남편도 이번 나들이에서 이 마을을 거쳐 간다는 건 알았어도 이 돌탑은 까맣게 잊고 있었답니다.
▲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301호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이에요. 네모지게 쌓은 돌탑인데, 고려시대 것이라는 말도 있어나 짐작일 뿐이랍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돌무더기 같은 모습이기도 해요.
이 마을 이름인 '석탑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남다른 돌탑이 있어 마을 이름도 그렇게 붙여진 듯했답니다. 누룩바위가 있는 석탑리 들머리에서 2km 남짓 더 들어가면 희한하게 생긴 돌탑을 만난답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301호인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이랍니다. '방단형'이란 말은 '네모지다'라는 뜻으로 네모지게 쌓은 돌탑이란 말이랍니다.
뜨거운 해 아래에 한창 빛깔이 싱그러운 논, 어린아이 주먹만 한 능금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과수원을 지나 굽이굽이 오솔길이 아름다운 길을 따라 올라가니,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옵니다. 석탑1리 마을회관이 보이고 회관 앞 쉼터에는 아주머니 두 분이 더위를 피해 쉬고 있어요. 돌탑이 있는 곳을 여쭈어보고 길을 따라 갑니다.
▲ 석탑1리 마을회관 문화재가 있는 석탑리 마을회관이랍니다.
▲ 의성 석탑리 가는 길 푸른 들판이 무척이나 싱그럽습니다. 뜨거운 해를 받아 무럭무럭 나락이 자라고 있어요. 저는 지금 이때의 나락 빛깔이 참 좋답니다.
마을에서 머잖은 곳, 너른 들판에 봉곳이 솟은 곳에 커다란 돌무더기가 보이더군요. 알림판은 새로 세워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데, 잡풀이 무척 많이 자라서 많이 가리고 있었답니다. 그래도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은 보였어요.
지금까지 봐왔던 많은 돌탑과는 그 모양이나 크기가 사뭇 달랐어요. 일정한 모양이 아닌, 크고 작은 돌들로 5~6층쯤 되는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다층석탑이랍니다. 그런데 보통 돌탑에서 볼 수 있는 기단이나 탑신도 뚜렷하게 구분이 되지 않았어요.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돌무더기를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 같기도 했답니다.
▲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돌탑을 보러 올라가는 계단에는 풀이 많이 자라있었어요. 풀이 밟힌 걸 보니, 그래도 이곳을 보러 온 사람이 더러 있었나봐요. 알림판을 새로 만들어서 세운 듯 했는데, 그곳에도 잡풀이 매우 많이 자라서 가리고 있더군요.
감실 하나는 무너지고, 불상은 어디로 갔을까?
크기도 무척 컸지만, 크고 작은 돌무더기들을 층층이 쌓았고, 위로 갈수록 그 폭이 좁아지게 해놨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자세하게 살펴보니, 돌무더기들이 더러 무너진 곳이 있었어요. 탑 북쪽에는 층이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우르르 무너져 있었답니다.
또 알림판에는 돌탑 네 면 가운데에다가 모두 감실을 하나씩 두고 그 안에 불상을 모셔두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감실도 북쪽에는 거의 무너져서 '여기가 감실인가?' 할 정도로만 보이고요. 나머지 세 곳은 뚜렷하기는 한데, 감실 안에 모셔져 있다는 불상은 동쪽과 남쪽에만 있었답니다.
▲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네 개의 면에는 각각 중앙에 감실이 하나씩 있고 그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다고 했는데... 불상이 있는 곳은 동쪽과 남쪽 두 군데이고요. 그나마 북쪽에는 감실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무너져 있었어요.
▲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동쪽에 있는 감실 안에는 이렇게 불상이 모셔져있어요. 두 손을 합장하고 앉은 모습인데, 얼굴은 오랜 세월에 뭉개져 있어 윤곽이 뚜렷하지 않답니다.
▲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이 감실은 남쪽에 있는 것인대요. 이 불상은 동쪽의 것보다 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어요. 이것만 봐도 무척 오랜 역사를 간직한 것으로 보이는데... 나머지 두 기의 불상은 어디로 갔을까?
▲ 무너진 감실, 불상은 어디로 가고 서쪽 감실이에요. 무너진대다가 불상은 어디로 갔을까요? 틀림없이 알림판에는 네 개의 감실 안에 불상이 모두 모셔져 있다고 했는데...
감실 두 곳에 있는 불상은 모두 키가 작고 손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인데, 오랜 세월을 겪어온 탓인지 얼굴 모양이나 윤곽을 뚜렷하게 알아보기가 어려웠답니다.
알림판에는 없지만, 이 돌탑이 고려시대 것으로 짐작한다는 글을 봤는데, 이와 비슷한 돌탑이 안동 석탑리에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서 같은 시대 것으로 짐작하는 듯했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알림판에서 네 개의 감실 안에 모두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고만 했지,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어서 불상이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놓은 것인지, 그건 전혀 모르겠더군요.
아무튼 이렇게나 큰 돌탑이 이곳 의성 작은 시골마을 뒷산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그 세월 동안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많은 일을 겪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돌탑이 우리나라 돌탑과는 많이 다른 형태로 쌓은 것이라서 탑 연구에도 매우 소중한 문화재라고 하는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탑 앞뒤로 무성하게 자란 잡풀들이 이곳 풍경을 을씨년스럽게 보이게 하더군요.
▲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뒤쪽에서 본 돌탑이에요. 잡풀이 우거져 있어 조금 아쉽네요.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돌무더기를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처럼 보여요.
▲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돌탑 둘레 풍경이에요.
뜨거운 해를 고스란히 받으며 자전거를 타고 넘어온 고갯길 아래에서 뜻밖에도 놀라운 보물을 찾게 되니 그동안 덥고 힘들었던 기억이 싹 가셨답니다. 누룩바위에 얽힌 전설도 재미나고, 그 큰 바위의 모양도 매우 남달라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지요.
또 마을 뒷산에 우리나라 돌탑을 연구하는 데에 소중한 자료가 된다는 보물 같은 문화재도 구경했으니 참으로 기분 좋았답니다. 다만 감실 네 곳에 있다던 불상이 두 기만 있어서 '나머지 두 불상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궁금증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네요. 돌탑을 둘러보고 내려오던 길에 마을 쉼터에 있던 아주머니들께 여쭈어도 잘 모르겠다는 말만 들었지요.
그나저나 아직 갈 길이 머니, 또 다시 부지런히 자전거 발판을 밟아야 하는데, 이 탈 것 같은 뜨거운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이글거립니다.
※ 누룩바위와 관련된 더 많은 사진 보러 갑시다. 제 남편이 꾸리는 블로그랍니다. 꾸욱 눌러보세요. 휘리릭~~
※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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