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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의 기사와 사는 이야기/나들이길에 만난 풍경

에잇! 진주 온 첫판부터 욕이나 먹고... 촉석루 [진주라이딩]

by 한빛 (hanbit) 201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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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들머리


한 해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토요일 쉬는날,

토요일과 일요일 두 날을 모두 쉴 수 있는 금쪽같은 날이었지요.

느닷없이 잡힌 휴가 때문에 처음에 가려고 했던 나들이 코스를 급하게 바꾸어서

경남 진주로 가기로 했답니다.


첫 날은 진주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창녕 남지읍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계획이었지요.

진주까지 왔으니, 반드시 둘러보고 와야 할 곳, 진주성에 가 봅니다.




진주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조립하고 곧바로 밥집을 찾았어요.

터미널 곁에 있는 동태탕집에 가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어요.

구미 집 둘레에 있는 동태탕보다는 조금 못했지만 나름대로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자 , 이제 배도 채웠으니 길떠날 채비를 하는데, 전화기 MP3를 스피커에 연결하고 있는데,

아이고 우리 남편 자기 먼저 출발을 해버렸어요.

저만치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갔는데, 아뿔싸! 그만 울 남편을 잃어버리고 말았네요.

아까 버스에서 올 때, 진주성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그쪽으로 가면 되겠지 하고 열심히 발판을 밟아 따라갔는데,


'어라! 울남편 어디 갔지?'


금방 뒤쫓아왔는데, 남편이 온데간데 없어요. 

어쨌거나 방향은 맞으니까 길을 건너서 찾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아니, 너 어디 있는 거야?"

"나 이제 막 건널목 건넜는데?"

"건널목을 왜 건너? 아까 같이 따라 안 왔나?"

"자기보다 늦게 출발했지. 그런데 자긴 어디 있는데?"

"난 진주성 앞에 와있지. 그런데 왜 건널목을 건너? 아까 밥집에서 골목으로 들어오면 되는데..."


그러면 그렇지 금방 올라가는 걸 봤는데 남편이 사라져서 당황스러웠는데, 자긴 골목으로 빠졌다고 하네요.

서둘러 다시 길을 건너고 가려는데, 거님길이 좁은 데다가 지나가는 이들이 많아서 천천히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뒤에서 자전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뒤를 돌아다보니, 웬 남자가 뒤따라오면서 빨리 비키라는듯 재촉하며 자꾸만 벨을 울리네요.


'에잇, 뭐야? 이 좁은데 비켜설 데도 없는데 왜 자꾸 따르릉거리는 거야?'


속으로는 언짢았지만 최대한 한쪽으로 비켜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에이 *발!! 빨리 비키라니까!!!!"


틀림없이 나를 보고 하는 소리 같아 다시 뒤돌아보니 아까 그 남자가 옆에 있는 건널목을 건너면서 뒤돌아보며 오만 소리를 다하고 가네요.


"에잇, 참말로 이게 뭐야? 진주 온 처음부터 남편 잃고, 욕이나 먹고, 이 좁은 데서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속으로 궁시렁궁시렁하며 골목을 빠져나왔답니다.

남편은 벌써 저만치 앞서 진주성 앞에서 조금은 짜증난 듯 서 있고, 웬 차들은 그리도 많이 다니는지, 성앞까지 빠져가는데 혼자서 쌩쑈를 했네요.



구미에서 진주까지 가는 버스표 한 사람 앞에 11,600원입니다.



촉석루


논개사당


의암사적비


의암 가는 길



의암에 내려오면, 이렇게 온통 바위뿐입니다.

바위에다가 글자를 새겨놓았네요.



어쨌거나, 기분 나쁜 건 털어버리고 진주성 둘레를 구경합니다.

입장료가 어른 한 사람에 2,000원, 두 장을 끊고 들어서니, 눈앞에 큰 누각이 펼쳐지네요. 바로 촉석루였어요.

의로운 기생 논개가 임진왜란 때에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뛰어내렸다는 바로 그곳이었지요.


촉석루 위에는 마을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여럿이 앉아있는데, 크기가 꽤나 크고 너르네요.

그리고 펼침막을 보니, 주마다 토요일이면 전통무형문화재 상설공연이 열린다고 써있더군요.

몇 시간만 기다리면 그런 멋진 공연도 볼 수 있었겠지만 갈 길이 바빠서 둘레 구경만 합니다.



요건 의암에서 올려다본 촉석루



촉석루 곁에 있는 쌍충각도 봤는데, 편액 글씨가 매우 남다르네요.

아까 들머리에서 박물관 관람은 공짜라는 글을 봤는데, 우리가 매우 좋아하는 박물관 구경도 갈길이 멀어서 패스~

박물관 관람료는 공짜라고 해서 좋다고 했지만, 사실 진주성 입장료가 그리 싼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 값에 모두 포함되었겠지요.



남강 물이 엄청 불어나있었어요.

비가 많이 와서 흙탕물이었고요.


쌍충각 편액



한참 동안 구경을 하고 막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촉석루 밑에서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어요.


"어, 저긴 뭐지? 왜 사람들이 저기서 올라오지?"

"아, 맞다. 저기가 논개가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곳인가 보다. 허허 예까지 와서 놓치고 갈 뻔 했네."


맞았어요. 촉석루 밑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남강이 흐르는 '의암'이 있더군요.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뛰어들었다는 바로 그곳이요.

하이고 그런데 엊그제까지 비가 많이 왔다더니 남강 강물이 온통 흙탕물이네요. 누런 강물이 굉장히 많이 불어나있었어요.

의암으로 가는 길에는 온통 바위인데, 물기가 많아서 미끄럽고 곳곳에 낭떠러지라서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있더군요.

멀리서 내려다보는데도 아찔합니다.


이곳에도 누각이 있고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의암사적비'도 있네요.



발을 헛디디면 큰일 나요. 바로 남강에 빠진답니다.


이 바윗돌은 뭔지 모르겠어요. 실제 바위가 아니라 만든 모형이던데...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찰랑찰랑합니다.




갈길은 바쁘고 구경할 건 많은데, 오랫동안 머물 수가 없네요.

이제 진주성을 빠져나와서 길을 떠납니다.


남강을 따라 가는 자전거 길이 매우 잘 만들어졌더군요.

강가 벽에는 논개를 그려놓은 벽화도 보입니다.


비가 조금만 더 오면, 강물이 자전거 길까지 잠길 거 같았어요.



날씨는 덥고 습하지만, 얼굴이 탈까봐 버프로 둘둘 말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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