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일요일을 틈타 계획에도 없던 청도 운문사에 다녀왔답니다
요즘 삶이 바뀌어서 일요일이라도 바깥나들이 할 짬이 안 나네요.
그래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하여 다녀온 곳이 청도 운문사였답니다.
날씨는 몹시 추웠지만, 나름대로 모처럼 바람쐬러 나간 터라 즐겁게 다녀왔답니다.
오고가는 길에다가 버린 시간이 너무 많아서 발품도 많이 팔다보니, 몸은 힘들었어도 마음 만큼은 무척이나 즐거웠답니다.
청도 운문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바로 처진 소나무이지요. 천연기념물 180호로 지정된 것이고요. 무려 나이가 400살이 넘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청도 운문사 정보라고는 이것 하나만 알고 갔답니다.
아, 또 하나 있네요. 집을 나서기에 앞서 몇 가지 정보를 찾다가 알게된 것, 이곳이 바로 비구니 스님들이 계신 곳이라는 것!!!
운문사로 가는 길, 들머리 흙길이 참 좋네요.
이곳이 바로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이라고 합니다.
소나무 냄새가 참 좋았지요. 이 길을 걷다가 때마침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잘 익은 홍시도 구경했답니다.
길이 참 좋았는데, 정작 운문사를 보려면, 한참을 더 걸어야 되겠더군요.
한참을 걸은 뒤에 드디어 운문사 전각 지붕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처럼 이곳을 찾아온 이들도 무척 많더군요.
드문드문 빠알간 감홍시가 보입니다. 청도가 감으로 이름난 곳이라는 건 모두 아시지요?
버스 터미널 둘레에도 감을 알맞게 썰어서 꾸덕꾸덕 말린 감말랭이를 파는 곳을 많이 봤답니다.
솔바람길에 서서 인증샷도 한 방 남기고~~
돌담 너머로 드디어 운문사 절집들이 하나둘 보입니다.
생각 밖으로 굉장히 큰 절집이었어요.
들머리에서 운문사 소개를 한 안내판을 보니,
전각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더군요.
깜짝 놀랐지요.
오늘 볼거리가 참 많겠구나~!!! 했지요.
그러나~~~
절 마당으로 들어서려면, 바로 이곳을 지나가게 됩니다. 범종루입니다.
큰북과 종, 그리고 목어가 보이네요.
운문사 만세루
굉장히 놀랐습니다.
넓은 강당 같기도 한 큰 마루가 그다지 높지도 않게 얕으막하게 있었어요.
이곳에선 아마도 여름철에는 스님과 신도들이 한데 모여서 법문을 읽고 부처님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데 안내글 하나가 눈에 띄는데, [걸터앉지 마세요]든가? 아무튼 마루에 앉지 말라고 하는 글이었지요.
하지만 그 안내문 곁엔 어떤 아저씨가 마루에 걸터앉아 있었지요.
글쎄, 올라가는 것은 막아도 되겠지만, 걸터앉는 것까지? 아무튼...
청도 운문사 법륜상
마치 수레바퀴처럼 생겼지요?
부처님 말씀이 이 바퀴처럼 한곳에 머물지 않고 널리 전해지라는 의미라고 하던데...
청도 운문사 대웅보전
처음엔 좀 놀랐어요.
나름대로 단청이 무척 곱고 깨끗했어요.
아마도 칠을 한 지 그리 오랜 세월이 흐른듯 보이지 않았거든요.
크고 웅장하게 잘 만들어진 전각이긴 했지만,
왠지 썩 정이 가진 않았어요.
그 까닭을 잠깐 뒤에 알게 되었답니다.
그게 뭐냐고요?
잇달아 따라와보세요.
굉장히 크고 멋진 전각입니다.
지붕에 있는 처마 가까이엔 호롱불 같은 걸 하나씩 얹어둔 게 무척 인상 깊었어요.
무슨 새모양 같기도 했고, 아니면 다른 짐승 모양 같기도 하고...
게다가 지붕을 받치고 있는 공포를 여러 개를 겹쳐서 만든 다포였어요.
애구, 이 말이 너무 어렵죠?
어렵게 쓰는 글, 싫어하는데,
아무튼 저도 절집 나들이를 많이 다니면서 알게된 거랍니다.
절집의 모양이 매우 남다르잖아요.
단청도 무척이나 곱고 화려한 빛깔을 많이 쓰고요.
지붕 아래를 가만히 보면, 여러겹으로 새의 날개모양 같기도 한 걸 만들어둔 걸 볼 수 있답니다.
그걸 공포라고 하는데,
공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네요.
익공, 쌍익공, 다포.... 등등
잘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
내가 얕은 지식으로
" 어, 저거 쌍익공이다!" 하니까, 울 남편 하는 말,
"아니야, 저건 다포야! 여러 개를 겹쳐서 만들었잖아."
"아아~~"
아무튼 참 크고 화려했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만들었고 아름다운데, 왠지 정이 가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 건 얼마 되지않았지요. 하하하
다른 무엇보다도 이날, 운문사 나들이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이 만세루랍니다.
저렇게 넓고 큰 마루를 본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보통 서원에는 강당이 있어 웬만한 크기로 지어진 '루' 를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절집에서 저렇게 큰 마루가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렇게나 많이 다녀봤어도...
꽃 크기가 작은 국화 꽃냄새가 무척 좋았답니다.
기념으로 사진으로도 남기고...
청도 운문사 삼층석탑
돌탑이 동과 서에 하나씩, 서로 마주보고 있답니다.
저기 사진 왼쪽에 있는 [비로전] 앞에도 하나 더 있지요.
어라!
이 사진을 보신 분들, 눈치 채셨습니까?
하하하
전각의 이름이 똑같네요.
여기도 대웅보전입니다.
아아! 그제야 알았답니다.
삼층석탑이 있는 곳 바로 앞에 이 전각이 있어요.
한눈에 봐도 무척 오래 되어 보이는 건물이지요?
단청 빛깔도 많이 바래졌고,
아까 봤던 그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소박합니다.
이게 바로 본디부터 있던 전각인 가 봅니다.
아까 봤던 건 나중에 새로 지은 듯 보이네요.
이제야 제대로 정이 갑니다.
빛깔은 바랬어도 작고 소박한 멋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절집에 가면 어디에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안내글입니다.
이곳엔 절대로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지요.
아까 안내판에서 봤던 그 많았던 전각들이 바로 이 마당 안에 있는 것들이었답니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라니 들어가 볼 수는 없고,
운문사 구경은 여기까지가 끝이네요.
쩝~!
좀 아쉽습니다.
그 먼곳을 달려 예까지 왔는데,
볼거리가 꽤 있겠거니 하고 왔는데,
안타깝게도 여기까지였답니다.
다시 돌아나와야 했답니다.
나오는 길에 돌담을 봅니다.
납작한 돌을 한 칸씩 서로 엇갈려 쌓았네요.
빗살무늬 같은 돌담이 무척 정겹습니다.
이제는 가는 곳마다 스님들 수행하는 곳이라는 안내판을 봅니다.
그냥 돌아설 수밖에...
처음에 들어오는 길에 봤지만, 나가면서 다시 한 번 더 돌아봅니다.
아시나요? 마당에 있는 저 큰 소나무를... 아니 저렇게 넓게 퍼진 소나무를...
이른바 [청도 운문사 처진 소나무]라고 합니다.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이 소나무의 나이는 400 살이 넘었다고 하고...
저렇게 넓게 가지를 친 모습이 퍽이나 아름답고 웅장합니다.
이번 청도 운문사 나들이는
오고가고 고생한 것에 대면 조금은 휑하기까지 했답니다.
이름난 절집이라서 매우 기대를 하며 갔는데,
저희 기대 밖이었답니다.
그렇다고 무언가가 잘못 된 건 아닌데,
글쎄요. 너무 반듯하고 새로 말끔하게 잘 지어놓은 전각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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