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성 석탑리 누룩바위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다가 엄청나게 큰 바위를 보고 멈춰섰어요. 바로 누룩바위라고 하는데, 이 누룩바위에 남다른 얘깃거리가 전해져온답니다.
"우와~! 저게 다 뭐야?"
"히야~ 멋지다. 저게 뭐지?"
"신기하게도 생겼다. 무슨 바위가 저렇게 생겼지?"
"누룩바위라? 그게 무슨 말일까? 누룩처럼 생겼다는 말인가?"
"어! 자기야 저기 좀 봐봐! 저거 전에 자기가 얘기했던 그 돌탑 말하는 거 아니야?"
"아, 맞다. 그래그래, 그랬다. 전에 저 돌탑이 의성에 있는 거였다. 이 마을이었구나."
34도를 웃도는, 탈 것 같은 무더위, 참말로 그랬어요. 더운 게 아니라 너무 뜨거워서 금방이라도 살이 익을 것만 같은 그런 더위였어요. 사흘밖에 안 되는 짧은 휴가지만,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자전거를 느긋하게 타보겠나 싶어서 덮어놓고 시골마을 하나를 잡아서 달렸답니다.
처음엔 금강 국토종주 자전거 길을 달려보려고 계획했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사실 겁이 나더군요. 그늘 하나 없는 쭉 뻗은 자전거 길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답니다. 생각다 못해 의성에서 안동 풍천면을 거쳐서 다시 구미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아서 가보기로 했답니다.
▲ 의성 석탑리 누룩바위 엄청나게 큰 바위가 생김새가 남다릅니다. 모두 층층으로 이루어졌는데, 마치 누룩처럼 층이 졌다고 해서 '누룩바위', 그 옛날 전설에는 이 바위 아래에서 날마다 막걸리가 샘솟았다고 하네요.
경북 의성군 의성읍 철파리, 철파사거리에서 안평면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첫 코스였답니다. 고개이긴 하지만 보통 때 같으면 너끈히 오르고도 남을 곳이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시작했는데, 아뿔싸! 첫 고개부터 무더운 날씨 때문에 아주 사람을 잡네요.
틈틈이 나무 그늘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방향이 모두 왼쪽에 있어 역주행이 되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어요. 끈끈하고 지루한 오르막길을 타는 듯한 무더위와 싸우면서 '세월아 네월아' 올랐다가 이윽고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왔어요.
저만치 앞에 큰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수없이 많은 층으로 이루어진 아주 신비롭게 생긴 바위였어요. 게다가 그 앞에 알림판이 하나 서있는데, 무언가 틀림없이 매우 남다른 얘깃거리가 있는 그런 바위 같더군요.
▲ 의성 석탑리 누룩바위 바위 모양이 참 신비롭지요?
막걸리가 샘솟는 '누룩바위'
자세히 보니 이 바위 이름은 '누룩바위'. 술을 빚을 때 쓰는 누룩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보다도 이 바위에 얽힌 전설이 매우 재미났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이 마을에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맘씨 착한 딸이 있었는데, 아 글쎄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였다고 합니다. 하루하루 끼니도 잇기 힘든 어려운 살림인데 날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술을 사드릴 수 없어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마침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딸의 효성스런 마음을 어여삐 보아 마을 들머리에 큰 바위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막걸리가 있으니 그걸 떠다가 아버지께 드리라고 일러주었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당부를 했는데, 반드시 하루에 한 됫박만 뜨라고 했지요. 그 이상은 안 된다고….
▲ 의성 석탑리 누룩바위 바로 이곳이에요. 그 옛날 술주정뱅이 아버지한테 막걸리를 퍼주었던 곳이지요. 바위 아래에는 지금도 물웅덩이가 있고, 바위에서 한 방울씩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답니다.
▲ 의성 석탑리 누룩바위 작은 물웅덩이가 두 곳이나 있어요. 귀퉁이가 깨진 빗돌도 하나 서있는데, 이 물웅덩이엔 올챙이가 여러 마리가 헤엄치고 있더군요.
산신령이 일러준 대로 마을 들머리 큰 바위 밑에 가니 신기하게도 진짜 막걸리가 샘솟아 가득 고여 있었지요. 그걸 떠다가 아버지께 드렸는데 술맛이 기가 막힌지라, 아버지는 딸한테 협박하고 심한 말로 나무라고 보채면서 어디에서 난 건지 알아내고야 말았답니다.
딸은 절대로 한 됫박 이상은 뜨면 안 된다고 일러주었지만, 술을 워낙 좋아했던 아버지는 그만 자제하지 못하고 맛난 술을 잇달아 퍼마시고 말았지요. 한참 동안 퍼마시다가 술맛이 이상해서 정신을 차려보니, 그 맛있던 막걸리는 온 데 간 데 없고 맹물만 가득 고여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욕심으로 그 뒤로는 막걸리 구경도 할 수가 없었지요.
이런 재미난 얘깃거리가 전해져 내려오는 '누룩바위'. 마치 누룩처럼 층층이 층을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바위까지 올라가보니, 조그만 웅덩이가 두 군데나 있었답니다. 한 아름쯤 되는 크기의 웅덩이인데, 지금도 물이 가득 고여 있었어요.
다만 지금은 퍼내지를 않아서인지 물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올챙이가 여러 마리 노닐고 있었어요. 물바가지도 곁에 두었는데, 먹을 수 있는 물은 아니었고 바위 밑으로 한 방울씩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답니다. 지금이라도 날마다 물을 퍼내주기만 하면 아주 맑은 물이 고일 것 같더군요.
▲ 의성 석탑리 누룩바위 누룩바위 모양이 층층으로 되어있어요.
※ 누룩바위와 관련된 더 많은 사진 보러 갑시다. 제 남편이 꾸리는 블로그랍니다. 꾸욱 눌러보세요. 휘리릭~~
※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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