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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운 우리 말

지나치게 빗대어 쓰는 글이 시를 망친다.

by 한빛 (hanbit) 2010.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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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여러 가지 비유에 의해 시가 완성되고 또 그렇게 하되,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언어를 가지고 잘 비유함으로써 좋은 시가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시 쓰기' 를 하면서 은유가 너무 많아 시를 어렵게 하고 도대체 무슨 글인지 알아 볼 수 없도록 쓰고 있다. 더구나 어떤 시는, 마치 '은유' 가 시 쓰기 모두인 것처럼 해서 참말로 무엇을 쓰려 했는지 알 수 없도록 해 놓기도 한다. 글 제목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으로 시를 쓰는 때도 자주 본다.

가장 문제인 것은(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낱말 조각을 맞추듯, 어려운 낱말들만 골라서 시에 끌어다 쓰고 있다. 마치 누가 더 어렵게 쓰는가? 겨루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어떤 때에는 거의 듣도 보도 못한 낱말을 찾아내어 잘도 끼워 맞추어 놓는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말하기를 '시를 이해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 이라는 말로 덮어 놓으려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시를 쓴 사람의 생각과 뜻을, 읽는 이가 다 알고 새길 수는 없다.

 

그러나 '독자들의 몫' 이라 했는데도 오히려 책 읽는 이가 그 시를 십분의 일도 알지 못한다면 과연 ‘잘 쓴 시’ 라고 할 수 있을까?

흔히 시 쓰기에 보탬이 되는 책을 보면,

‘비유를 하되 기성 시인들이 많이 사용하여 이미 상식화가 된 시어를 쓰는 것은 피하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남이 쓰지 않는 낱말들만 골라서 시에 '끌어 쓰기'를 하는 것 같다.

 

이런 까닭으로, 어떤 시는 마치 사전을 앞에 펼쳐 두고 어려운 낱말을 일부러 찾아내어 쓴 것 같은 시도 있다. 또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 쓰기에 있어서 '은유법' 이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이나 쓰려고 한 시의 글감은 오간 데 없고 에둘러 포장해 놓아 무슨 말인지조차 알 수 없다.

나는 늘 ‘쉬운 시’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시를 쓰는 건 틀림없이 어떤 까닭이든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쓴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면 일기를 쓰면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쓰는 시가 읽기도 어렵고 그 뜻을 새길 수도 없다면 사람들이 즐겁게 봐 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요즘은 시집을 읽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고 한다. 너도나도 시인으로 등단하면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시집을 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시집이 넘쳐나는데, 오히려 시집을 읽는 사람은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마다 지나친 은유와 어렵게 쓴 낱말 때문에 오히려 읽고 싶은 마음을 접은 건 아닐까? 시를 읽어서 느낌이 있어야 할 텐데, 눈으로 읽어 그 뜻을 바로 알 수 없는데 무슨 느낌이 있을까? 그에 앞서 낱말 풀이부터 해야 한다면, 또 시집 곁에 사전을 펼쳐 놓고 읽어야 한다면,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읽을까?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의 가락과 노랫말이 마음을 울려서 기쁘거나 슬픈 느낌을 받듯이, 그런 마음으로 시를 읽고 싶은데 이건 느끼기에 앞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을…….


 

시인들이여!
   쉬운 시를 쓰도록 하자!
   쉽고 누구나 잘 알아 볼 수 있는 시를 쓰자!
   시를 읽는 이가 없다고 탓하기에 앞서 읽는 사람마다 가슴에 깊은 울림이 있도록 먼저 알아 볼 수 있는 시를 쓰도록 하자!

읽는 사람 눈을 고급스럽게 높이려 하지 말고,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 눈에 맞추는 건 어떨까?

2005년 3월 28일 씀

2005년 11월 15일 다시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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