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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운 우리 말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요?

by 한빛 (hanbit) 2010.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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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얼마 앞서 구미에 5년 만에 눈이 내렸을 때 임은동 뒷산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풍경이 소박하고 예뻐서 담아봤습니다. 

 

일터에서 낮밥을 먹을 때,

신문을 보는 버릇이 오래 앞서부터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제 날짜(3월5일)한국경제신문을 보다가 [시가 있는 갤러리]란 곳을 꼼꼼히 읽습니다.

유금옥이란 분이 쓴 시 가운데 [춘설] 한 부분을 옮겨놓았는데,

시 내용이 퍽이나 정겹습니다.

아마도 글쓴이가 요양삼아 강원도 어느 산골마을에 살고 있나 보네요.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도 눈을 치우지 않는다는 걸 주제로 삼아 글을 쓴 듯합니다.

눈도 치우지 않고, 봄도 치우지 않고, 글쓴이가 느끼는 그리움조차 치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삶을 즐기는 분들,

강원도 대관령 어느 산골마을에는 철따라 바뀌는 풍경을 그대로 곁에 두면서 삶을 살고 또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3월!

 

이제 곧 따듯한 봄날을 맞아 치우지 않은 눈도 저절로 치워질 테고,

봄기운을 받아 따사로운 빛깔로 곱게 빛깔을 채우겠지요.

아마도 그곳 사람들은 그렇게 또 아무 것도 덧입히지 않고 봄을 맞이하겠지요?

 

가끔 요즘 시골 사람들 인심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을 더러 봅니다.

그러나 그건 시골 마을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 때문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시골 마을 구석구석을 돌면서 그곳에서 한 평생 터 잡고 살아오신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또 그 분들의 이야기들을 낱낱이 듣기도 합니다.

모두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없는 정겨운 우리네 고향분들이시더군요.

 

다만, 어쩌다가 시골마을에 찾아가는 낯선 나그네들이 그분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아직도 시골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정겨운 냄새가 묻어나는 곳입니다.

아직도 시골마을은 우리네 가슴 속에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정겨운 고향입니다.

 

한겨울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도 되고,

있는 그대로를 곁에 두고 바라볼 줄 아는 맑은 마음씨를 지닌 분들이 살아가는 곳이지요.

  

 이 고장에서는 눈을 치우지 않습니다

이 고장에서는 봄도 치우지 않습니다

지난 가을 요양 온 나는

그리움을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대관령 산비탈 작은 오두막

여기서 내려다보면, 눈 내린 마을이

하얀 도화지 한 장 같습니다

낡은 함석집들의 테두리와 우체국 마당의 자전거가

스케치 연필로 그려져 있습니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3월, 겨울이 긴 이 고장에서는

폭설이 자주 내리지만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여름도 가을도 치운 적이 없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도시처럼 눈을 포클레인으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유금옥 '춘설' 부분
 집앞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우는 사람이 없다. 해님에게 맡긴다. 강원 산골 마을에선 다들 그렇게 한단다. 새로 올 것보다는 지금 있는 것을 더 애지중지한다. 욕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산골마을에 무욕(無欲)과 무심(無心)이 내려앉아 있다. 그래서 녹슨 추억도 절대 치우는 일이 없다. 언제 찾아도 정겹고, 푸른 나무와 맑은 물이 넘쳐나는 까닭이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3월의 강원 두메산골엔 이런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bkyung.com

 

위 표에 든 글이 바로 오늘 제가 본 신문에서 본 글입니다.

제목이 [춘설]로 되어 있는데,

곱고 살가운 봄눈이라 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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