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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운 우리 말

알쏭달쏭 시인 세상

by 한빛 (hanbit3) 201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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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는 내 마음이 조금 어수선하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오래 전부터 했던 생각이지만 문학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 날이 갈수록 더 커지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요즘에 많은 문학인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기쁜 일이다.
나도 '시인'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마찬가지이다.
글 쓰는 사람들이 자기를 돌아보고 조금씩 바꾸어 간다면 처음 같은 깨끗한 마음으로 글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여기에 쓴 글은 어느 문예지를 빗대어 하는 글이 아님을 먼저 밝혀 둔다.
또, 혼자 하는 생각일 수 있겠으나 글쓰기 하는 사람들이 함께 생각해보고 되돌아 볼 것은 되돌아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앞으로도 글을 몇 번 더 올릴 것이다.
사랑하는 문학이 제자리에 서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

[알쏭달쏭 시인세상]

한빛/손현희

나는 오래 전부터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안고 살아왔다. 정말 시가 좋아서 무언가 글이 쓰고 싶어지거나 어떤 말이 하고 싶어지면 ‘시’로 써 왔다. 그렇게 말을 하듯 써온 시 때문에 ‘시인’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오년 여전, 내 누리집(홈페이지)으로 있던 곳을 ‘문학 누리집’ 으로 바꿨다. 그 때, 취미가 꼭 같지는 않았으나 비슷한 마음으로 음악과 컴퓨터를 좋아하던 남편과 함께 했다. 시를 좋아해 문학 누리집에 연습처럼 글을 쓰려고 했던 건데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
사람들이 써 놓은 글을 보며 서로 힘을 북돋우며 배워 갈 수 있었다. 다른 일로 바쁘다고 해도 하루에 몇 개씩 올라오는 글을 빠짐없이 읽고 댓글로 생각을 함께 나누었다.

이 때 까지도 나는 ‘시인’ 이란 먼 곳에 있는 사람 같았다. 어쩐지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글공부를 많이 해 어려운 벽 하나를 넘어서야만 시인이 될 줄 알았다. 나는 그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더 많이 했다.

처음 문학 누리집을 열었을 때부터 시인들 누리집에 많이 찾아다녔다. ‘시인’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이 쓴 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그 글은 어떤 것이든 내가 쓴 글보다 나아 보였고 ‘시인’이라는 이름은 거저 얻은 게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그들을 그렇게 높게 본 것은 내 지레짐작 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랬다.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꿈이었기에 ‘시인‘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높이 봐 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몇 년 동안 문학 누리집을 꾸려가면서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자주 듣게 된 이야기가 있다.
‘요즘은 시인이 너무 많아’
‘요즘은 시인 되는 것 너무 쉽다.’
‘요즘은 시인이 곳곳에 널렸어.’
‘요즘 시인들은 때가 너무 많이 묻었어.’
이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나는 ‘시인’ 이 되고 싶던 꿈이 깨지는 걸 느꼈다. 한 번은 그 때 막 시인이 된 글 친구와 얘기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시인이 되었냐고 묻자, 조금 망설이다 내게 얘기를 했다. 그 이야기는 놀랄 만한 얘기였다.

어느 ‘문학 누리집‘ 한 곳을 정해 놓고 두어 달 꾸준히 글을 올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누리집에서 따로 한 것은 없고 오로지 글만 올렸다고 한다. 그렇게 석 달쯤 지나자, 그곳 운영자에게서 ’원고‘를 보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기쁘게 글을 보냈고 얼마 뒤, 좋은 소식을 들었다 한다. 물론 그 사람의 글을 높게 쳐 준 문예지도 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소식을 듣고 난 뒤의 일이다.

그것은 글이 뽑혔으니 자기의 글이 실린 책 몇 권을 사라는 것 이었다. 그리고 상받을 때, 거기 들어가는 돈을 당선된 사람끼리 나누어 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얼마 동안 너무 터무니없어 모든 걸 포기할까 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꿈을 안고 있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훌륭해 보였고 존경했던 시인, 그 꿈이 부숴 지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몇몇에서 한 행동이 모두를 욕먹게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갈수록 자주 들려온다는 것이 문제라 해야겠다.

가슴 아프다. 글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꿈을 펼쳐 시인이 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꿈을 이렇게 돈과 맞바꾸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이렇게 시인이 된 사람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문단에서 돈을 내라고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책을 샀고 도움이 되고자 돈을 냈을 수도 있으니. 아니, 그런 일이 있기도 하다. 자기 글이 있는 책을 여러 권 사서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까닭으로 수 십 권씩, 또는 몇 백 권씩 사야 할까? 상 받는 날 드는 돈도 그렇다. 글이 좋아서 뽑았으면 그 때 드는 돈은 마땅히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는가? 자기가 받을 상을 제 돈으로 사야 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이런 일 때문에 문학 누리집에서도 적지 않게 말이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신문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파헤쳐 몇몇 문단의 이름까지 쓰여 있는 것을 보기도 했다. 돈이 들어가는 것에 그럴듯한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은 타고 난 사람들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새로 만드는 곳마다 모두가 ‘순수를 지향하고 질 높은 문학’ 을 외치지만 끝내는 달마다 몇 이 됐든 글 쓰는 사람들을 마구 뽑아 놓는다. 오죽하면 며칠 전에 'ㅇㅇ엄마' 'ㅇㅇ엄마' 하고 불리던 사람들이 어느 날 보니, '김 시인' '박 시인' 하고 불려진다고 한다.

참으로 우러러보며 꿈꾸던 ‘시인‘ 과 ’문학‘ 이, 때가 많이 묻어 마음 아프다. 나도 끝내 이 길을 들어섰지만 많은 생각과, 내가 가는 이 길이 올바른 길인지 스스로에게 여러 번 되묻곤 한다. 그렇게 긴 시간 뜸들이다 나도 시인이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다음 글에서 또 써야겠다.
(200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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