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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의 기사와 사는 이야기/나들이길에 만난 풍경

[동영상]앵무새가 날 갖고 노네!

by 한빛 (hanbit3) 2010.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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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93] 경북 의성군 봉양면 도리원 마을

 

 

 

▲ 도리원 경북 의성군 봉양면의 옛 이름은 '도리원'이랍니다. 예부터 복숭아와 자두가 많이 난다고 하네요. 게다가 자두는 군에서 가장 으뜸으로 많이 나고 맛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이 마을은 한우촌인 가봐?"

"그러게 집집이 온통 '마늘소' 얘기밖에 없네."

"의성이 마늘로 이름난 곳인데, 여기는 소도 마늘 먹고 자라나봐."

 

그랬어요. 경북 의성군 봉양면 화전리, 흔히 '도리원'이라고 일컫는 이곳은 '한우 먹을거리촌'이랍니다. 이곳에서 키우는 소들은 마늘을 먹고 자란다고 합니다. 지역 특산물로 '마늘소'와 '자두'가 이름났다고 하네요. 또 의성 하면 '마늘'을 떠올리는데, 가공해서 만든 '흑마늘'도 매우 이름나 있지요.

 

마을 앞 들머리에 '도리원'이라고 쓴 빗돌이 있었는데, 그 뜻을 살펴보니, 복숭아와 자두가 많이 나는 곳이라서 예부터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해요. 의성군에서 자두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틀 동안 의성 나들이 계획을 짜고 먼 길을 나섰는데, 의성에 닿자마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고 비만 쫄딱 맞고 그만 봉양면에서 자리를 잡고 말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아침에 일찍 버스에 싣고 오는 건데, 의성까지 닿는 대만 꼬박 50km를 달려 왔건만, 아무 것도 못하고 의성 읍내만 뺑뺑 돌고 말았네요.

 

다시 구미로 돌아오자니, 날씨는 너무 춥고 비까지 오니 막막했어요. 생각 끝에 버스를 타고라도 가려했더니, 아 글쎄 안동 쪽에 갑자기 눈이 많이 와서 버스가 닿으려면 저녁이나 되어야 한다네요.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선 선조 때 학자였던 오봉 신지제 선생의 옛집인 '오봉종택'에도 한 번 둘러보고 몇 해 앞서 의성 나들이 나왔을 때 가보았던 '조문국 경덕왕릉'에도 다시 들러보고 구미로 돌아오려고 했답니다.

 

 

  
▲ 의성 마늘소 봉양면 마을 들머리엔 이렇게 이곳 특산물을 나타내는 상징물을 세웠답니다. 마늘을 먹고 자란다는 '마늘소'로 이름난 곳입니다.  
  

  
▲ 한우촌 마늘을 먹고 자란 한우 '마늘소' 고기를 파는 곳이 무척이나 많아요.  

 

 
▲ 도리원 버스 정류장 시골 버스 정류장이에요. 안에 들어가 보니, 작은 마을 치곤 손님이 꽤 많이 있더군요. 이곳에서 서울도 가고 대구도 가고, 부산까지도 간답니다.  
 

말하는 앵무새 '아침이'

 

"어, 이집 '맛집'으로 소개된 덴가 보다."

"그런가보네. 오늘 여기서 아침 먹고 떠나자. 아침엔 국밥 좋잖아."

"그러자고요."

 

 

  
  
▲ 말하는 앵무새 아침이랍니다. 밥집에서 한껏 사랑받는 귀한 몸이랍니다.  
 
다음날 아침, 여관방을 나서 아침을 먹고 가려고 국밥집에 들어가는데, 가게 앞에 붙여놓은 펼침막을 살펴보니, KBS 생방송 '오늘'에 소개가 된 집이더군요. 맛집으로 소개된 곳인 가 보다 했는데, 안에 들어가서 보니, 주인공이 따로 있었네요.

 

방송까지 소개가 된 이집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앵무새였답니다. 본디 소개된 녀석은 나이가 많아 방안에서 보살피고 있다하고 올해 새로 들여온 녀석이 우리를 맞이하네요. 처음엔 그저 보통 앵무새인줄 알았는데, 밥집 임자랑 손님들이 하는 얘기를 듣자니, 이 녀석도 말을 한대요. 요즘은 현철 노래, '아미새'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말하는 앵무새, 방송에서만 더러 봤는데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생겼으니 퍽 신기하더군요. 맛집으로 소개해도 좋을 만큼 맛있고 국물 진한 국밥을 먹으면서 행여나 이 녀석 말하기를 기다렸더니, 팔자 좋게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배춧잎만 뜯어먹고 있을 뿐, 도무지 한 번을 보여주지 않네요.

 

"사장님, 저 녀석 말 좀 시켜 봐요. 한 번 보고 싶은데…."

"저 녀석이 오늘 아침엔 기분이 별론가? 아침아!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

"허허, 너 사람 가리니? 아침이, 안녕하세요."

 

하고 내가 다시 말을 걸어 봐도 도무지 대답이 없네요. 그러다가 밥그릇이 거의 비워갈 쯤, 이 녀석 말문이 트였네요.

 

"까꿍."

"어 말한다. 들었어요?"

"하하하 고 녀석 기특하네."

"아니, 뭐야 너 나 갖고 노니? 인사를 하랬더니 까꿍이래. 하하하."

 

기다린 끝에 말문이 트이자 밥집 손님들도 우리도 마냥 신기해서 자꾸만 따라합니다. 그랬더니 저도 신이 나는지, 그때부터는 말을 봇물 터지듯 쏟아냅니다.

 

"안녕하세요."

"까꿍."

"똑똑똑."

 

 

  
  
▲ 국밥집 사장님 아들 딸 다 키우고 이젠 아침이와 말공부 시키면서 재미나게 지낸다는 정한탁 사장님 부부 

목소리까지 이리저리 바꾸어서 말을 하네요. 퍽 재미나고 신기하네요. 웃다가 잊고 있었던 사진기를 얼른 켜고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더니, 또 그만 입을 꾹 닫고 마네요. 애고, 애가 타네요. 영상으로 한 번 담아 보겠다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사진기를 꺼내기만 하면 입을 닫아 버리고 내가 지쳐서 끄고 나면, 또 말을 하곤 하네요. 아무튼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한 끝에 영상으로 담아냈답니다.

 

 

 

  
▲ 말하는 앵무새 '아침이' 경북 의성군 봉양면 '도리원' 마을 국밥집에서 만난 앵무새에요. 말하는 앵무새를 처음 봤는데, 퍽 신기하고 재미나더군요. 이 녀석이 처음엔 낯을 가리는지 말을 안 하다가 한참 만에야 들었네요. 놓치지 않고 영상으로 담으려고 했는데, 맘처럼 쉽지는 않았답니다.

  
말하는 앵무새 아침이가 있어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는 국밥집, 아침이뿐 아니라 가마솥에 진하게 우려낸 국밥도 무척이나 맛이 있었지요. 아침이의 재롱을 보면서 맛있게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 오봉종택(경북 문화재자료 제187호) 조선 선조 때, 학자였던 오봉 신지제 선생의 종택, 이 곳 뒤에 사당에는 선생의 불천위를 모셨답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대구 팔공산에서 나라를 구한 공도 매우 큰 선생입니다.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사 바로가기 ☞ [동영상] 앵무새가 날 갖고 노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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