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이렇게 큰 무덤이 많이 있지요. 아마도 이렇게 큰 무덤이 가는 곳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여기 뿐이 아닐까? 싶어요.
봄바람이 살랑살랑 코끝을 간지럽히는 따듯한 봄날입니다.
나들이 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날이지요.
이런 날, 자전거로 나들이를 간다면 더욱 더~!!!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가 다니는 자전거 동호회(금오바이크)에서 '벚꽃라이딩'을 간답니다.
벚꽃이 활짝 핀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누비고 다니다가 오지요.
지지난해(2007년)엔 일터가 쉬는 날이 아니라서 나는 함께 가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고,
지난해엔 다른 일정이 있어 못갔고...
올해엔 큰맘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둘과 어른들을 모두 더해서 14 명이 함께 경주로 다녀왔답니다.
구미에서 경주까지는 꽤 먼 거리이기 때문에 차에다가 잔차를 모두 싣고 경주로 갔습니다.
경주 나들목에다가 차를 세워놓고 잔차를 타고 갑니다.
이번에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쉬운 코스를 잡았어요.
경주에는 이맘때면 벚꽃잔치도 따로 할 만큼 온통 하얗게 물들어 있더군요.
보기에 참 좋았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한줄로 맞춰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도 퍽 멋스러웠지요.
자, 이제 사진과 함께 경주로 꽃마중을 가 볼까요?
경주 나들목에서 길을 따라 오다보니, 이런 둑방길이 있더군요. 정확하게 어느 곳인지 땅이름은 잘 몰라요.
우리처럼 꽃구경을 온 사람들이 많은지 나들목에서부터 차가 무척 많아서 시달렸는데, 이 둑방길로 들어서니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여긴 반월성인데요. 이 앞에 첨성대가 있더군요. 내가 국민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 갔을 때 와본 뒤로 처음 가봤어요.
반월성 앞에는 이렇게 노란 유채꽃이 한창이더군요. 아직 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다음주 쯤이면 아주 멋진 풍경일 거예요.
아참, 반월성 유채밭에 갔을 때, 어느 사진 동호회인지, 아니면 사진작가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마다 좋은(?) 사진기를 하나씩 들고 있던 이들을 만났어요.
우리한테 따로 부탁을 해서 뜻밖에 모델(?)이 되기도 했답니다.
오늘 이분들이 찍은 사진 석 장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한 장만 올려봅니다.
▲ 사진- 이준철
자, 다시 이어집니다.↓
[석빙고] 아이들을 데리고 간 아빠들은 "얘야, 여기가 옛날 냉장고다. 이 안에 가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아아, 그러나 아쉽습니다.
이런 곳은 자전거에서 내려 실제로 안에 들어가보고 몸으로 느껴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서운했지요.
아뿔싸, 옛날엔 이 안에도 들어가서 눈으로 보고, 시원함을 몸으로 느끼곤 했는데, 요즘은 여기도 막아놓나 봅니다. 안을 들여다볼 수만 있도록 막아놨더군요.
경주를 돌면서 참 많이 놀랍고 아쉬웠던 게 바로 이런 크고 작은 문화재들이었어요.
아마도 우리끼리만 왔다면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고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다녔을 텐데...
시간은 정해져있고, 그저 눈으로만 깊이 담아놓습니다.
그러고 보면, 경주 땅은 우리한테는 더 없이 고마운 선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 우리가 여기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벚꽃이 길가로 긴 터널을 만듭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길을 자전거 타고 달리는 기분은 참 좋습니다.
그러나... 아쉬움 하나! 찻길마다 갓길이 너무 좁아요.
자전거 한 대가 길가에 바싹 붙어서 가는 데도 아찔할 때가 많았어요.
이런, 이걸 어째요? 찻길에서 벗어나 거님길로 올라와 달리다가 이관장님 잔차 발통에 그만 구멍이 났어요. 우리 한 사장님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큰일을 해내십니다.
이날, 한빛도 오르막 힘겹게 오르다가 깡통조각에 찔려서 발통에 구멍이 나고 말았답니다. 나도 우리 한사장님한테 신세를 지고...
경주 엑스포 공원 앞도 지나가고...
이제 덕동호 쪽으로 가고 있는데...이럴 수가! 첫 들머리는 꽤 좋았는데, 그다지 길지도 않은 그 길이 왜 그리 힘들었는지...
저기 보이나요? 바로 저것 때문이었어요. [동해안 가는 길] 저 알림판을 나는 보지 못했는데, 남편이 얘기해주더군요.
저 길이 동해안으로 가는 길이니 그리도 차가 많았지...
덕동호를 끼고 끝에서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거기서부터는 마치 임도처럼 좁은 길이 나오는데, 드문드문 차를 만나기는 했어도 씽씽 쌩쌩 무섭게 달리는 차들을 피해 맘 편히 갈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게다가 그 길을 달려 나가서 만난 곳, 바로 이곳입니다. 여긴 [명실마을]
산속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풍경조차 조용하고 아늑합니다.
아주 오래 되어뵈는 다리도 있고 마을 들머리에는 어르신들 몇 분이 나와서 쉬고 계셨어요.
이 덕동호만 아니라면 나중에 한가하게 자전거 타고 꼭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데...
그놈의 찻길 때문에 엄두가 안 납니다.
"자기야, 나중에 우리 여기 다시 와보자. 응?"
"아니, 찻길 보니까 더는 못올 것 같다."
남편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하도 시달려서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답니다.
더구나 오늘은 아이들도 함께 왔는데, 혹시라도 잘못 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하던지...
명실마을에도 이런 밥집이 있었나 봅니다.
한때는 장사가 그런 대로 되지 않았을까?
임자 잃은 빈집, 자판기, 커다란 저 상자는 뭐지? 큰 냉장고? 아, 아니다. 냉동탑차인가보다.
을씨년스럽다.
어느 집 장독대, 항아리가 반질반질하다. 이댁 안주인의 손길이 오늘 아침에도 묻었으리라 이렇게 깨끗하고 윤기나게 닦아놓은 걸 보면...
명실마을에는 가시가 돋힌 엄나무가 무척 많았어요. 집집이 앞마당에, 대문 앞에는 어김없이 키큰 엄나무가 있더군요.
"옛날부터 엄나무는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저래 심어놨어요."
어느 어르신이 우리가 하도 신기하게 보니까 얘기해주신다.
이 마을에는 '월성 이씨'들이 산다고 합니다. 마을 뒤쪽에 담장너머로 찍은 사진인데요.
기와와 예스런 집이 궁금해서 담장너머로 까치발 들고 사진을 찍었어요.
어르신들께 여쭸더니, [월성 이씨네 재실]이라고 하시더군요.
여느 재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어요. 주춧돌 위에 돌기둥을 세워서 그 위에다가 집을 지은 것도 남다르고,
오랜 세월이 흐른 탓인지 바깥에다가 나무판자로 덧대어 놓은 것도 그렇고...
명실마을에서 잠깐 쉬었다가 모퉁이를 돌아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조금 오르막인 곳에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만납니다.
모를 심어 푸릇푸릇한 들판일 때나, 가을녘 금빛 물들었을 때라면 훨씬 더 아름다울 테지요.
저 앞에 덕동호와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 마을을 벗어나면서 오는 길에서 만난 옛집, 여기도 아마 재실이겠지요?
경주는 생각처럼 옛 문화를 잘 보존하고 또 살리는 일을 아주 잘 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보다 매우 남다른 문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지요?
벚꽃 터널을 지나는 자전거
드디어 보문단지에 들어왔는데, 가장 꼴보기 싫은 모습을 봅니다.
저마다 꽃구경하러 온 이들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이런 사람도 있었어요.
사람이 저렇게나 붐비는 곳에 강아지를 끌고 나온 것이 참 볼썽사납네요.
나도 개를 키우지만, 저런 몇몇 사람들 때문에 개 키우는 이들이 모두 욕을 먹습니다.
그나마 목줄을 하고 나왔으니 그리 나무라지 말까요?
아니죠. 자기만 생각하지 말고 남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아마 저렇게 하지 못할 거예요.
개 키우는 사람들, 제발 남들도 생각하며 살자고요.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경주 보문단지에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도 있어요. 여기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는 이도 있고, 또 따로 나온 이들도 있어요.
어떤 이들은 ATB 라고 하는 것도 타고 다니더군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서 저 좁은 길을 가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때때로 '이런 데서 자전거를 타도 되는 거야?' 하고 말하는 소리도 들었어요.
어차피 자전거도 함께 타라고 빌려주기까지 하는 곳이니 잘못 된 건 없는데, 괜히 미안하더군요.
넓은 호수와 개나리꽃, 벚꽃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워요.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게장순두부 한 그릇씩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아주 멋스런 소나무를 봅니다.
우리 금오바이크 식구 가운데 고문님 한 분이 이런 나무를 무척 좋아하시지요.
이 곳에는 이렇게 멋지게 생긴 나무들이 여러 그루 있었는데, 모두 한참 동안 쳐다보고 이야기를 합니다.
따스한 봄철, 꽃마중하러 간 경주 나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좋은 풍경을 많이 만나는데, 경주에는 볼거리도 참 많고 얘깃거리도 무척 많아요.
하나하나 손수 들여다보고 느끼지 못해 많이 아쉽기는 했지만 우리 사는 곳과는 매우 다른 여러 가지 풍경들이 참 기분 좋았답니다.
그렇지만 이리저리 사람에 치이고, 차에 시달린 하루이기도 했어요.
몹시 긴장한 탓인지,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땐 온몸이 지쳐서 파김치가 되었답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멋진 풍경 보면서 신나게 자전거 타고 왔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 까요?
이만하면 올봄 꽃구경은 실컷 한 거지요?
봄나들이, 잔차 나들이, 꽃마중... 제대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글은 하늘그리움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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