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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의 기사와 사는 이야기/나들이길에 만난 풍경

이름도 정겨운 살을 마을, 풍경도 퍽이나 살갑네

by 한빛 (hanbit3) 201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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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82]구미시 옥성면 덕촌리 '살을 마을'

 

 

 

▲ 살을 마을 풍경 왼쪽 위-대원저수지, 오른쪽 위- 비봉산 임도, 아래쪽 사진 둘- 살을마을 덕촌 2리 풍경이에요. 무척이나 정겨운 마을입니다. 

"이야! 이 마을 바깥에서 보기보다 무척 예쁘다. 만날 이 앞으로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이 안에 이렇게 예쁜 마을이 있었다니 신기하네."

"그래. 마을이 아늑한 게 참 좋네. 그다지 큰 마을은 아닌데, 마을 안에 논도 밭도 잘 어우러져있고, 골목도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살을 마을'이란 옛 이름이 무척이나 살갑습니다. 언젠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 마을 앞에 개천을 마주보며 자리 잡은 마을(덕촌1리)에서 잠깐 쉬었다 간 적이 있었지요. 그때 마을 안에 예쁜 정자가 하나 있고 거기에 '살을 쉼터'라고 쓴 현판을 본 적이 있었지요. 그때에도 마을 이름이 퍽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 뜻이 무척 궁금하더군요.

 

 

  
▲ 동제 나무 이름도 살갑고 정겨운 '살을 마을' 에는 동제단이 따로 모셔져 있습니다. 키 큰 나무가 바로 동제 나무이지요.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나무라고 해도 될까요? 
 
 
 

'웃살 마을' 덕촌2리, 살갑고 정겨운 마을

 

그 이름 뜻을 몰라 마을 어르신들 붙잡고 여쭤보았지만 모두 본디 뜻은 무엇인지 모르겠대요. 하지만, 예부터 '웃살을', '아랫살을'이라고 했는데, 말이 더욱 짧아져서 '웃살', '아랫살'이라고 한답니다. 우리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 곳은 바로 '웃살'이랍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구미77밴드' 공연을 바로 이 마을에서 할 계획이라 한 주 앞서 미리 찾아가봤지요.

 

이 마을은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자주 지나다녔던 곳이랍니다. 행정구역으로는 '구미시 옥성면 덕촌2리' 이 마을 뒤로는 선산에서 올라오는 '비봉산' 임도와 싱글길(좁은 등산길을 말하는데, 산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곳이랍니다.) 있어 그 길로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과 자주 왔던 곳이기도 하지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예쁜 마을이 나오면 어김없이 들러서 마을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곤 했는데, 이 마을 안까지는 들어와 보지 못했네요.

 

논밭 길 가로 쭉 따라 올라왔는데 모퉁이를 하나 도니까 저 앞에 키가 큰 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겨울이라서 나뭇잎도 하나 없이 헐벗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네요. 가까이에 다가가니, 두 나무 사이에 낮은 제단이 보입니다. '동제단'이라는 글자와 1978. 11.10이라고 쓰여 있어요. 아마도 그때 세워졌나 봅니다.(나중에 이병길(53) 씨한테 들으니 군대 갈 때, 이 동제단이 세워졌다고 하시더군요.)

 

"아하, 바로 동제단이었구나! 자기야 이것 좀 봐! 여기서 동제를 지냈나봐!"

"어쩐지 나무가 예사롭지 않더니, 마을 안에 동제단을 따로 마련해놓은 걸 보니, 이 마을도 매우 남다른 마을이네."

 

 

  
▲ 동제단 살을 마을에는 '동제단'이 따로 있습니다. 푸른 이끼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군요. 이 마을이 고향인 이병길씨가 군대 가던 때에 세워졌다고 하시더군요. 

또 다시 골목을 따라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봅니다. 우리가 공연할 집으로 보이는 하얀 빛깔 새로 지은 집도 보이고 그 뒤로 대나무 숲이 우거져있습니다. 마을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퍽이나 아름다워요. 시골마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빈집도 더러 보여요. 또 지난날 집터로 보이는 곳도 있었는데, 돌로 쌓은 낮은 울타리도 정겹고 헛간으로 쓰였을 집도 있어요. 또 흙 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건물도 하나 있는데, 아마도 뒷간인 듯싶네요.

 

집집이 안과 밖으로 감나무도 매우 많았어요. 가을에 다시 와 보면 그 풍경 또한 매우 멋들어지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빛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고 골목마다 감잎사귀가 떨어져 폭신폭신한 길도 퍽이나 멋스럽겠지요?

 

이 작은 마을에 '효자 김광수'의 옛이야기가 내려오다

 

"어! 저게 뭐지? 저기 키 큰 소나무 아래 말이야. 무슨 정려각 같은 건데?"

"효자각인가? 가보자. 이야, 이런 마을에서 저런 걸 보다니 놀랍구먼."

 

 

  
▲ 살을 마을 이름도 정겹고 살가운 마을, 덕촌2리입니다. 이 작은 마을에 숨은 이야기들 또한 퍽이나 정겹습니다. 

골목 가장 위로 올라갔는데, 어머나! 아주 낯익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 있습니다. 마을마다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얘깃거리들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데, 이 마을에도 다름없네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우리가 생각한 게 맞았어요. 바로 '효자각'이었답니다. 다행스럽게도 알림판까지 따로 세워두어 어떤 얘깃거리가 숨어있는지 잘 알 수 있겠더군요.

 

바깥으로는 돌로 울타리를 쌓고, 낮은 대문까지 달아두었어요. 그 안에 '효자각'을 짓고 또 '효자비'를 모셔두었더군요. 그 옛날, 김광수란 사람이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어머님이 병으로 오랫동안 누워계셔서 백방으로 약을 구하려고 애썼으나, 아무 약도 듣지 않았다네요. 어느 날 의원이 흑질뱀을 고와 먹으면 낫겠다는 얘기를 전해줬답니다. 그 말을 듣고 이 마을 뒤, 비봉산에서 열이틀이나 지내면서 샅샅이 뱀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잡지 못했지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자기 정성이 모자랐다고 여겨 천지신명께 날마다 기도하며 정성을 다했답니다. 며칠 뒤, 효자의 정성이 받아들여졌는지 흑질뱀이 스스로 집 문 앞에 들어왔어요. 그 뱀을 잡아다가 어머님께 약을 해드렸더니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하네요. 뒷날 1916년 이 효자의 이야기를 듣고 유림들이 김광수의 효성을 기리려고 세운 '효자각'이랍니다.

 

 

  
▲ 키 큰 소나무가 굽어보는 효자각 효자각 단청은 빛깔이 바랬지만, 여기에 담긴 효자 김광수의 효심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습니다. 남다른 역사까지 안고 있는 살을 마을은 퍽이나 아름다운 마을이지요. 

고향 마을에 얽힌 추억 이야기도 애틋하구나!

 

구미시 선산읍에는 크고 작은 산골 마을이 무척 많지요. 이 둘레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이름도 정겹고 효성이 지극했던 효자 이야기도 퍽이나 남다른 이곳이 무척 살갑게 느껴집니다.

 

살을마을, 한 주 뒤, 덕촌리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우리 '구미77밴드' 단원이자 이곳이 고향인 이병길(53)씨한테 고향 이야기를 듣습니다. 녹슨 함석지붕이 도리어 정겨운 방앗간에 얽힌 어릴 적 추억 이야기를 한 토막 들려줍니다. 마을 앞에는 아주 오래된 방앗간이 하나 있답니다. 함석으로 지은 이집은 지금도 명절 때면 방아를 돌린다고 하네요.

 

"저 방앗간이 보기에는 저래도 우리 어릴 적엔 참 애틋하고 아픈 추억이 많이 있었어요."

"그게 뭔데요?"

"그 옛날 명절만 되면 집집이 떡을 해먹었잖아요. 그때만 되면 애들은 방앗간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렸어요. 떡 얻어먹을 생각에요. 가래떡 뽑고 나서 자투리 남은 거 떼어 먹으려다가 그만 방아가 도는 바람에 손가락이 잘려나간 애들도 많았지요."

"아이고 저런."

"아마도 그때는 어느 마을이고 할 것 없이 그런 사연이 많았을 걸요?"

 

 

  
▲ 방앗간 아주 오래된 방앗간이에요. 지금도 명절 때면 방아를 돌린다고 합니다. 이 방앗간에 얽힌 어릴 적 추억은 매우 애틋하다고 하시네요.  

 
▲ 뒷간 흙 담으로 쌓은 뒷간이에요. 더러 빈집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 모습도 퍽이나 정겹습니다. 이젠 자꾸만 사라져가는 풍경이지요.  

 

  
▲ 살을 마을(덕촌2리) 웃살 논과 밭이 마을 안에 잘 어우러져있어요. 이제 곧 이곳 들판에도 파릇파릇해지겠네요.  

 

  
▲ 덕촌2리 마을회관 우리가 처음 찾아갔을 땐, 정월 대보름날이었지요. 마을에는 행사를 준비하려고 무척이나 바쁘시더군요. 

고향집, 어릴 적 추억을 이야기하던 이병길씨는 방앗간 얘기를 시작으로 마을 위에 있는 '대원저수지'에서 날이 저물도록 놀던 이야기랑 학교(덕촌초등학교)가 가까이 있어서 멀리서 오는 애들보다도 늦게 등교해도 지각 한 번 해본 적 없던 이야기, 언제나 고향에 오면 아직도 내가 다니던 '모교'가 있다는 게 퍽이나 자랑스럽다면서 추억 이야기도 재미나게 해주십니다.

 

이름도 정겹고 살가움이 넘치는 살을 마을에서 두 주에 걸쳐 샅샅이 돌아보고 이야기도 들어봤답니다. 또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밴드 공연도 했고요. 이곳 사람이 아닌 우리 부부한테도 마치 고향 같이 푸근하고, 애틋한 정겨움 때문에 매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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