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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주한 음악/공연사진과 동영상

연주인들과 마주하는 태도와 예의[구미77밴드]

by 한빛 (hanbit) 201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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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과 마주하는 태도와 예의[구미77밴드]





어제 밴드 합주실에서 참으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나가고 있는 [구미77밴드]

얼마 앞서 방송에 출연하고난 뒤부터 몇 사람한테서 밴드 단원으로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겼다.

오신 분들 모두 나름대로 연주 경력도 있고,

합주 경험도 있는 분들이라서 함께 단원으로 오셔서 요즘 우리 합주실 분위기가 매우 즐겁다.


그런데, 합주를 한참 하고 있을 즈음,

누군가가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선다.

나이는 60대 가까이 되어보이는 아저씨였다.

하루 앞날, 아마도 단장님을 찾아와서 함께 해보겠다고 미리 얘기를 한 듯했다.

연주하던 곡을 마치고, 모두 모여서 그분과 인사를 하면서 소개를 들었는데,,,


"울산, 창원 등지에서 합창단 지휘를 오랬동안 했습니다."

"악기는 이것저것 모두 많이 다뤄봤습니다."

"최근까지는 구미에 있는 모 성당에서 합창단 지휘를 했습니다."

"악기도 가지고 있는 게 이것저것 많습니다."


유난히 합창단 지휘 경험과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던 이야기를 많이 하시기에,

내가 물었다.


"합창단 하실 때, 파트가 뭐였나요?"

"테너를 했습니다."

"아, 네."


그분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오랫동안 음악생활을 많이 해본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악기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기에 일단은 노래를 불러보라고 시켰다.

거의 200곡 가까이 되는 우리 밴드 합주곡 목록을 훑어보더니,


"내가 좋아하는 곡은 별로 없네요."


끄응~ 곡목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200곡 가까이 되는 악보 가운데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곡이 별로 없다? 나이가 못해도 예순은 되었겠던데...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일단 들어보자.


박강성이 부른 문밖에 있는 그대를 부르시겠다고 했다.

우리 단원들 나름대로 긴장을 하며 최선을 다하여 연주를 시작했는데,

전주가 끝나자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어! 이게 아닌데?'


첫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까까지 그렇게나 합창단원으로 악기 연주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고 본인이 스스로 자자하게 자기 소개를 했는데,

노래를 들어보니, 그저 노래방에서 조금 잘 부르는 수준이었다.

겉으로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문제는 노래가 끝난 뒤였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이 분 우리 밴드에 대해서 한참 동안 문제점을 지적한다.


"내가 연주를 들어보니, 노래하는 싱어보다도 연주가 너무 큽니다. 싱어가 노래를 할 때는 연주가 받쳐줘야하는 건데..."

"그리고 마이크가 너무 약합니다. 마이크 앰프가 너무 안 좋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앰프는 참 좋은 건데..."

"또 밴드 여러분들끼리 조율이 전혀 안 되어 있습니다. 발란스가 너무 안 맞습니다."


헉~!!!!!!!!!!!!!!!!!!

나 뿐 아니라 모든 단원들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물론 나이든 분이고, 음악에 대해서 조예가 깊다고 하니(이건 확인된 바 없다. 아직까지 연주하는 건 보지 못했으니까) 충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저분이 말한 게 틀린 건 아니다.

노래하는 가수가 있으면 연주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도록 밑받침을 잘 해줘야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우리 밴드가 가수를 위한 밴드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개개인의 연주를 밑바탕에 깔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화음을 맞추면서 합주를 해왔다. 그렇기에 싱어를 위하여 박자가 틀려도 그걸 따라가주며 맞춰주는 연주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업소에서 손님 노래 부를 때, 노래가 박자가 틀려도 잘 부를 수 있도록 박자를 당겼다가 늘렸다가 하면서 맞춰주는 흔히 말하는 오부리밴드일때 이야기지.


이분이 우리 밴드 연주 실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거니와 이제 고작 한 곡 들어봐놓구선...

그리고 노래하는 걸 들어보니, 자기가 그토록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다고 한 사람 치고는 정말 아니었는데,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노래 실력이더구만...


무엇보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우리 단원들 역시 평균 나이가 55세가 넘는 분들인데 이 밴드가 어떤 연주실력을 갖췄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겨우 노래 한 곡 끝내놓고서 자기 멋대로 평가하고 지적을 하는 걸 보니,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또 우리 단원들 개개인 가운데에는 나름대로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분들이 많고, 전공도 하고, 지금도 프로연주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가 있을까?


우린 지금까지 정말 연주 잘 하는 프로연주인들을 많이 봐왔다.

나름대로 내로라 하는 연주자들인데,

그분들을 지금까지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서 봐왔어도 단 한 번도 자기를 그처럼 내세우지도 않을 뿐더러,

자기보다 연주 못하는 사람들한테 저런 식으로 대놓고 지적하고 자기 잣대로 평가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연주자일지라도 기본 바탕에 다른 이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적만 한다면, 그건 연주자의 자세가 아니다.

너무나 황당했다.

모든 단원들이 상처를 받았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한테서...


울남편, 합주가 끝난 뒤에 우리끼리 모였을때, 한 말이 생각난다.


남의 집에 처음으로 놀러가서


"냉장고는 왜 저기 두었어요? 여기 반대쪽에 두면 더 좋을 텐데..."

"텔레비전은 왜 저런 걸 써요? 이런 거 쓰면 더 좋은데, 내껀 참 좋은 건데..."


이렇게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적어도 우리 밴드에 인사를 하러 왔고,

또 자기도 단원이 되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온 사람이 참으로 연주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처음부터 잘못되었고,

너무나 예의가 없는 사람이었다.


합주가 모두 끝나고 자기도 단원이 되겠다고 어떤 악기를 하면 좋겠냐고 묻던데...

글쎄, 글쎄, 글쎄,


아무리 아마추어 밴드라고 할지라도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지만,

사람 개개인의 인성 역시 무척이나 중요하다.

밴드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 어떤 누군가가 물을 흐려놓으면,

그 사람 때문에 자칫 밴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어쩌면 밴드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어제는 참으로 답답하고 화가 많이 난 합주날이었다. 

또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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