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첫 오케스트라, 금오윈드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마치고]
▲ 금오윈드오케스트라 첫 연주회 아마추어 관악 오케스트라의 첫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단원들 가족들과 후원회원들을 모신 자리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맘껏 펼치고 있습니다.
"엥? 뭐라고? 자기가 오케스트라에 들어간다고?"
"응. 아무래도 트롬본을 제대로 해보려면, 합주를 해야 실력이 늘지. 마침 여기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니까 여기에 가면 많이 배우지 않을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자기는 장르가 완전히 다르잖아. 대중가요를 즐기는 사람이 클래식과 맞을까? 조금 걱정되는데…. 아무리 같은 음악이라도 자기가 즐기는 장르와는 정반댄데?"
"그래도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 딱히 갈래를 나누는 것도 우리 생각과는 안 맞잖아."(음악 장르를 두고 '뭐니 뭐니 해도 클래식이 가장 앞선다' 하거나, '그래도 사람들 마음을 더 움직이는 건 대중가요다!'라고 하는 이른바 '편 가르는 음악론'을 싫어합니다)
"하긴 그래. 어쨌거나 한 번 해봐요. 자긴 뭘 해도 잘 따라갈 수 있을 거야."
남편, 트롬본 배우려고 관악오케스트라에 들어가다
평생 기타나 키보드만 만지고 살아온 남편이 언젠가 가요악단에서 트롬본을 연주하면서부터 실력을 더 쌓고자 관악 오케스트라단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악 갈래는 대중가요, 흔히 말하는 '뽕짝' 음악이랍니다. 이런 사람이 느닷없이 오케스트라에 들어간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요.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거의 25년 남짓 만에 새롭게 트롬본을 시작하면서 자기 딴에는 많이 모자람을 느꼈을 테고, 함께 연주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나 봅니다.
마침 구미에 '금오윈드오케스트라(http://cafe.daum.net/Geumo-wind )라고 하는 아마추어 관악 단체가 이제 창단한 지 서너 달 남짓 된 곳이 있어 거기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틀림없이 남편은 이 단체가 모두 아마추어 단원들로 이루어졌다는 데 용기를 얻었을 겁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가 지난 5월 중순 쯤이었어요. 나는 딱히 악기 연주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그저 남편 가는 곳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했지요. 이곳엔 지휘자 선생님이 따로 계시더군요. 젊은 선생님이신데, 아무 대가도 없이 대구에서 예까지 오셔서 봉사하시면서 가르쳐주시더군요. 난 따로 아무 할 일도 없었지만, 합주할 때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이론 이야기가 무척 재미났답니다.
무엇보다 합주할 때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너나할 것 없이 새내기이다 보니, 마음가짐이 무척이나 진지하고 열정이 넘쳐 보입니다. 귀를 쫑긋이 하고 선생님 말씀 하나라도 놓칠 새라 듣는 모습이 참 남달랐어요. 이런 여러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나도 그 틈에 끼어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 행복한 음악회 감동으로 이끌어낸 아마추어 관악오케스트라의 연주회 모습입니다. 직장인들로 구성된 단원들 모두 순수한 열정으로 모여 모질게 연습하고 준비한 끝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옛 취미를 살려 단원들은 거의 학창시절 악기를 처음 시작하였다가 사회에 나와 잊고 지내다가 다시 모인 분들이 많답니다. 그래서인지 합주날이면 남다른 열정으로 부지런히 연습하고 또 연습합니다.
▲ 금오윈드오케스트라 연주회 처음엔 열댓명쯤 되는 단원들로 시작했지만, 날이 갈수록 단원들이 늘어났어요. 남다른 열정이 오늘 이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직장인들, 옛 취미를 되살려 일을 내다
처음에 우리가 갔을 땐, 이수정 단장님을 비롯해 기획을 맡고 있는 최원철씨, 재무 김경희씨, 등 단원들이 기껏해야 열댓 사람쯤 되었어요. 그런데 참 희한하더군요. 인터넷카페에 새로 들어오는 회원 수가 날마다 늘어나고 실제로 합주실에 찾아오는 이들도 주마다 몇 사람씩 늘어나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관악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었어요.
알고 보니, 거의 모든 단원들이 학창시절에 악기를 처음 배웠다가 사회에 나와서는 자기 생활 때문에 잊고 지냈던 분들이 많더군요. 그러다가 다시 취미로 찾는 분들이었어요. 그런 분들의 열정이 한데 모였으니,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게다가 혹시라도 다른 단원들한테 피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개인연습을 무척 많이 한다는 걸 알았어요.
아무튼 날이 갈수록 단원들은 늘어나고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합주할 때 소리도 차츰 좋아지는 걸 느끼겠더군요. 때에 맞춰 이 오케스트라를 후원해주는 분들도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답니다. 처음 창단 할 때엔 재정이 어려워서 단원들 스스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합주실도 마련하고, 거기에 갖춰놓아야 할 것들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루었답니다. 단원들은 거의 직장인들이 많았고, 젊은 학생들도 몇 있어요. 모두가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는 못하거든요.
이런 소식을 들은 이웃들이 우리 지역에 이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걸 좋게 봐주시고 또 순수하게 문화 예술 활동을 하면서 봉사도 하는 걸 대견스럽게 여겨 한 달에 1만원씩 드는 후원구좌에 기꺼이 함께 해주고 있답니다. 후원회원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지요.
▲ 여러 후원회원님들을 모시고... 지난 3월에 창단한 '금오윈드오케스트라'는 단원들 스스로 십시일반 힘을 모아 합주실을 마련하고 시작한 새내기랍니다. 지역 이웃들이 이런 소식을 듣고 순수하게 아마추어 단체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이날 연주회는 이런 분들을 모시고 그 고마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아마추어 관악오케스트라, 첫 무대에 서다!
마침, 이렇게 여러 가지로 도와주시는 분들한테 보답이라도 하려고 작은 연주회를 하기로 했답니다. 후원회 회원들과 단원들의 가족들을 모셔서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솜씨를 뽐내는 시간이기도 하답니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앞두고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돈'이었어요. 또 까마득합니다.
창단하면서 합주실을 마련할 때에도 단원들의 주머니에서 조금씩 보태어 시작했는데, 아무리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작은 연주회라지만 행사를 준비하기엔 형편이 너무나 어려웠어요. 이번에도 단원들의 힘을 한데 모읍니다. 단원들의 식구들도 함께 모시는 자리이니 음악회도 보고 저녁대접도 할 수 있는 좋은 자리로 만들었지요. 어느 누구도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처음 연주회를 기획하고 난 뒤, 연습하는 모습들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목적이 생겼으니 아마도 더욱 더 열심이었고 다른 어떤 일보다도 더 진지한 마음으로 함께 했을 거예요. 합주일이 아닌 날에도 파트마다 나누어서 연습 날짜를 정해놓고 연습을 하고 갑니다. 또 개인 연습을 하러 오는 이들도 무척 많았어요. 거의 날마다 합주실에 가서 갈고 닦으면서 준비하는 모습들이 마치 시험을 앞둔 수능학생들처럼 보였어요.
이번 연주회에 나도 함께 했답니다. 연주 프로그램 가운데에 두 곡을 단원들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로 했지요. 지금까지 가요로는 여러 번 무대에 서본 적이 있지만 성악으로 서기는 처음입니다. 게다가 'You raise me up'이란 곡을 영어 노랫말로 불러야 하는 거라서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모릅니다. 언젠가 합주 끝나고 뒤풀이 시간에 가곡을 불렀는데, 지휘자 선생님이 그걸 보시고 프로그램에 넣었답니다.
▲ 많은 손님을 모시고... 그동안 단원들은 저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날마다 나와서 연습을 했습니다. 때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어쩌면 싫어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훌륭하게 연주해낸 이들을 보고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힘찬 손뼉소리를 들으면서 그 감동이 깊이 전해지더군요.
▲ 이 자리가 이렇게 차고 넘칠 줄이야!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어요. 처음엔 방 두 개를 얻었는데, 나중에 하나를 더 얻어서 마련했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무척이나 고마웠지요. 그래서 더욱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하고 몹시 설레기도 했지요.
▲ 나도 무대에 서다! 뒤풀이에서 가곡 한 곡 불렀는데, 지휘자 선생님이 연주회 프로그램에 따로 넣어주셨답니다. 많은 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나 떨리든지 혼났습니다.
'아름다운 감동', 힘찬 손뼉소리와 함께
▲ 신병기 지휘자 선생님 젊은 선생님이신데, 이분 또한 열정이 매우 남다른 분이랍니다. 지금 현재 대구 대진중학교 음악 선생님이면서, 대진중 미르샘 관악합주단 지휘자이기도 하지요. 또 관악부문 콩쿨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신 경력이 화려한 분이지요. 이런 분이 우리 아마추어오케스트라에 아무 대가도 없이 대구에서 구미까지 오셔서 봉사해주고 계신답니다. 연습할 때도 얼마나 재미나게 가르쳐주시는지 합주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가는 게 아까울 정도랍니다.
드디어 10월 23일, 첫 연주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구미 컨벤션 센터에 방 두 개를 잡았는데, 아무래도 좁을 듯해서 급하게 방 하나를 더 얻어서 마련했답니다. 거의 15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지요.
무대를 정리하고 리허설을 하는데, 몹시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되더군요. 더구나 내가 노래할 차례에서는 몇 번이고 실수를 하여 되풀이하기도 했답니다. 노래도 참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어느새 손님들로 꽉 차고 드디어 연주회를 시작합니다. 생각보다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참으로 고맙기도 하고 그 덕분에 더욱 떨리고 긴장되는 시간이었답니다.
한 시간쯤 되는 연주 시간 동안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 일입니까? 그동안 남모르게 애쓰며 없는 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연습하며 쌓은 솜씨들을 자기 식구들과 여러 손님들 앞에서 처음으로 선 보이는 시간이니까요.
한 곡 한 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온 마음으로 힘껏 쳐주는 손뼉소리가 참으로 아름답게 들렸답니다. 그동안 힘들이고 애쓴 일들이기에 단원들 스스로도 감동하는 듯했답니다. 또 객석에서 울려 퍼지는 손뼉소리에도 깊은 감동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이 모든 일이 얼마나 값진 열매인지 모릅니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애쓰고 준비해온 덕분에 이렇게 힘차고 아름다운 손뼉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매우 뿌듯하고, 앞으로도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금오윈드 오케스트라'는 오늘 이 연주회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잇달아 크고 작은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하여 어떤 까닭으로든지 문화, 음악, 예술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이들한테 손수 찾아가서 봉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답니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나요? 여느 프로 단체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감동'을 전하는 일에 앞장서는 이들한테 여러분들도 힘찬 응원으로 큰 '손뼉소리'를 더해주지 않으렵니까?
덧붙이는 글 | '금오윈드오케스트라( http://cafe.daum.net/Geumo-wind )는 이수정 단장을 비롯하여 신병기 지휘자 , 최원철 기획, 김경희 재무 등 손발 걷어부치고 앞장서서 일하는 젊은 일꾼들과 함께 30여명 되는 단원들이 꾸리고 있는 순수 아마추어단체랍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릴 게요. 경북 구미 지역에서 문화, 예술, 음악에 소외된 여러 곳을 손수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단체랍니다.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글입니다.
기사 바탕글 보기 --> 직장인들 합주 연습, 수험생 못지 않네요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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