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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주한 음악/곁지기 올겐연주곡

남편한테 받은 영상편지

by 한빛 (hanbit3) 201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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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문화재 구경하러 다닌다고..
어떤이는 미쳤다고 한다,
자동차로 한 바퀴 휙- 돌면 될 걸 그런다고..

미쳤거나 어쨌거나 우린 돌았다.
자전거로.... 돌았다.

그래, 우리 문화재를 찾아서 뭐 할 건데?
뭐, 가끔은 스스로 묻기도 한다.
대관절 문화재 찾아내서 뭐 하게?

어쩌면 그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문화재 핑계대고 자전거 타러 다니는
그런....

아주 어렸을 때 봤던 풍경이 스치면
나는 미칠 듯이 좋다.
아니, 아주 미친다.
미쳐서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어떤이는 나보고 '보수적'이란다.
우리 말 사랑한다고 하니
영어가 대세인 시대에 뭐하냐고 한다.

어쩌면 난 시대를 거꾸로 가는 지 모르겠다.
하루가 바쁜 이 '세계화 시대'에...


문화재에 미쳤거나, 옛 풍경에 미쳤거나,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좋은 걸 어쩌란 말인가,
좋아서 죽겠는 걸....

나갈 때마다 어딘가 다쳐서 오는
한빛이 안타깝다.
이제 그만 다칠 때도 됐지 싶은데
나가면 기어코 한번은 자빠진다.

아픈데도 또 꾸역꾸역 자전거를 탄다.
내가 우겨서인지, 자기가 좋아서인지
그건 모르겠다.

다칠 때마다 난 미안하다.
내가 밀어서 넘어진 건 아니지만,
엄청 미안하다.
이거 내가 우겨서 한 일이 아닌가.


어느 세월에 자전거로 이걸 돌아보겠나.
그래, 자동차로 며칠만 돌면 될 것을..

자전거타다가 또 자빠지면 어쩌나,
끔찍스럽잖아.

그 끔찍스러움마저 우습게 여기는 게...
어릴 적 풍경 찾아가는 거다.

예스런 풍경 찾아서 마음이 짠할 때..
아픈 것, 힘든 것,
다 잊는다.

아무려면 그까짓 글 한 줄 써 보자고
그렇게 다니겠나.

가슴에 확 담겨 오는...
그 풍경이...
그 애틋함이 좋아서 그러지.

세월을 못 이겨
자꾸만 사라져 버리는 어릴 적 풍경.
어릴 적 고향 같은 그런 풍경..
난 그런 게 좋다.

눈 감으면
바로 눈앞으로 달려올 듯한
그런 풍경, 추억.

그런 풍경이, 또 그런 추억이 있는 한..
찾아 나선다.

눈에서.. 가슴에서..
모두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자전거를 타고 나는..
문화재가 아니라, 어릴 적 내 기억을 찾아간다.
아이가 되어..
그때 그 시간을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 추억을 스쳐 갔다.
그리운 그 모든 것들...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몇 해 앞서, 남편한테 받은 영상편지입니다.

우리 부부는 알다시피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요.

자전거 타고 우리 지역 가까이에는 안 가본 곳이 없답니다.

문화재를 찾아서 다니기도 하고,

시골 풍경 고향같은 정겨움이 좋아 그런 곳만 찾아 다닌답니다.

 

한때, 자전거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희한하게도 나갈 때마다 꼭 넘어지고 자빠지곤 했답니다.

내리막을 달리다가 제대로 조절을 못해서 그대로 곤두박질 친 적도 있었고요.

오르막 오르다가 돌부리를 제대로 타넘지 못해 꽈당~! 하고 넘어질 때도 있었지요.

그 때마다 남편은 나보고 조심하지 못했다고 타박하면서 나무라기만 했어요.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고, 조심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요.

 

그 때마다 남편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사람이 다쳤는데, 걱정하고 안쓰러워하지는 못할 망정

되려 나무란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서럽고 속상하던지...

그러나 나는 압니다.

남편이 그렇게 나무라는 건, 다름아닌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을요.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언제나 방어운전을 한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천천히 살피고 또 살피면서 다니지요.

위험한 곳으로는 절대로 다니지 않습니다.

언제나 논길 사이로 난 시골길이나 산길을 넘어다니지요.

가는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을 때는 몰라도 찻길로는 거의 다니지 않는답니다.

우리는 그렇게 늘 조심하면서 다닙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큰 사고 한 번 없이 다녔습니다.

 

차든 자전거든 스스로가 조심하면서 타야 합니다.

지난날 내가 넘어질 때마다 남편한테 꾸중을 들었지만,

그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자전거를 타는 버릇을 잘 들이게 된 일이기도 하지요.

먼 길 돌아가야 하고 때때론 더욱 힘이 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답니다.

 

몇 해 앞서, 위와 같은 영상편지를 받고 참 많이 눈물흘렸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남편이 손수 올겐으로 [한계령]이란 곡을 연주해주었습니다.

거기에 영상편지를 써주었고,

뒷날, 그 연주곡에 맞춰 제가 노래를 불러봤습니다.^^

 

 


※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 기사 바탕글 보기-->어릴 적 풍경을 찾아 나서는 여행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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