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 다리야! [합천 가볼만한곳]가야산소리길 길상암 적멸보궁
"거기 한 번 올라가봐요. 아주 좋아요!"
가야산 소리길, 길상암 어느 보살님 말씀이었어요. 이 말 듣고 올라갔다가 아주 죽는 줄 알았네요.
얼마나 높던지, 가는 내내 수직으로 뻗은 돌계단을 셀 수 없을 만큼 오르고 또 올랐답니다.
그 끝에 길상암 적멸보궁이 있다는 보살님 말만 듣고 말이지요.
하기야, 예까지 왔는데, 저 위에 있다는 적멸보궁을 못보고 간다면, 나중에라도 몹시 후회할 것 같았어요.
보살님이 일러주는 대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다지 멀어뵈지 않았지요.
"뭐 저쯤이야! 너끈히 갈 수 있지."
하하하,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우리가 산을 너무 우습게 알았던 거랍니다.
길상암으로 올라오는데도 높다란 계단으로 올랐는데 기껏 올라보니, 눈 위로 나한전이 보이고, 그게 다가 아니라네요.
저 꼭대기에 얼핏 보이는 전각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바로 길상암 적멸보궁이라고...
너끈히 오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이내 수직으로 뻗은 돌계단에 기가 눌려 온데간데 없네요.
적멸보궁 가는 길은 낮은 철대문을 지나가야합니다.
대문을 넘어 들어가 모퉁이를 도니, 헉! 이건 뭐지?
예쁜 글씨로 쓴 작은 팻말이 보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나타난다 (적멸보궁 길에 들어선 것을 축하합니다.)]
참 꼼꼼하기도 하구나! 이렇게 예쁜 글씨로 안내판도 만들어놓고, 꽤 괜찮네? 하면서 오히려 기분이 좋더군요. 그러나 이 때만해도 이런 팻말을 몇 번이나 더 만나게 될 줄은 참말로 몰랐답니다.
그리고 결론은, 고생끝에 적멸보궁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끝에 내려섰을 땐, 우리 부부의 두 다리가 그야말로 완전히 풀렸답니다.
허허, 이거 한동안 운동을 제대로 못했던 우리들 저질체력을 탓해야하는 건지... 아마도 그래야겠지요? 하하하
가야산 소리길을 따라 위쪽 주차장에서부터 내려오다보면, 이렇게 길상암을 만납니다.
어라! 지난날에 자전거 타고 왔을 때엔, 저런 계단이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길상암은 저 산 위에 있는 거였구나.
길상암 미륵불
길상암에 올라가는 길도 매우 힘이 들었답니다. 암자까지 쭉 이런 데크 계단을 올라가야하더군요.
이날 우리 부부 다리 고생은 이게 시작이었답니다. 하하
길상암 대웅전
층층이 전각이 자리잡고 있는데, 나름대로 풍경이 멋스럽더군요.
음...........목어와 범종인데, 빛깔이 왠지... 새로 금도금을 한 지 얼마되지 않은 건지, 아니면 금도금을 한 종으로 새로 갈아놓은 건지...
왠지 모르게 안 어울리더군요.
길상암 대웅전 모퉁이를 돌아보니, 저기 위에 또 다른 전각이 있더군요.
바로 나한전입니다.
아래 수돗가에서 일을 하고 있던 보살님이 저 위까지 올라가보라고 하시더군요.
적멸보궁이 거기에 있다고...
그리고 거기 못미쳐서는 옛날에 관음전이 있던 자리였다는 것도 알려주시더군요.
안타깝게도 불이 나서 지금은 없어졌다고...
아무튼 우리는 저 보살님 이야기만 듣고 적멸보궁에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예까지 왔는데, 바로 눈앞에 두고 그냥 돌아가면 나중에라도 너무 후회할 듯해서 말이에요.
길상암 나한전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요? 소각장이라고 해야하나?
어디에서든지 항아리가 모여있는 것을 보면, 사진기를 막 들이대고 싶어진답니다. 더구나 절집에서 만나는 장독대는...
이제 적멸보궁 가는 길입니다. 첫 들머리는 이렇게 철대문을 지나가야합니다.
모퉁이 하나 돌아가니, 이런 팻말을 만납니다. 처음엔 참 꼼꼼하게 해놨구나! 하는 생각에 힘들지만 기분 좋았습니다. 그러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로 이렇게 돌계단이 시작됩니다. 계단 하나 하나 높이도 꽤 높더군요. 발을 멀리 떼어야했답니다.
몸은 힘들지만, 이런 풍경을 만나면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노란 산수유가 피어나고 있네요.
두 번째 만나는 팻말입니다.
[어려움의 극복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 저 길 넘어 당신의 눈에 적멸보궁이 보입니다...)]
그렇지않아도 다리도 아프고 숨도차고 힘이 드는데, 이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얘기하네요. 저 길 넘어를 기다리면서...
렌즈를 쭈욱 잡아당겨보았답니다. 아, 보이네요 나뭇가지 사이로 어른거리는 적멸보궁이...
우리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저 아래가 아직도 잘 보이네요. 아직도 적멸보궁까지는 멀었을 겁니다.
허허~! 여기도 팻말이...
[자기를 바로 볼 줄 아는 것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다. (조금 더 가시면 깨달음의 물을 볼 수 있답니다.)]
적멸보궁에 올라가는 길은 깨달음을 얻으러 가는 길?
그리고 깨달음의 물이라고? 뭐지? 약수터가 있나?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저 나무 꼭대기에는 겨우살이가 붙어 있답니다.
아하, 이걸 말했군요. 깨달음의 물이라... 저 위로 샘터인지, 약수터인지, 아무튼 뭔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 적멸보궁도 이제야 얼굴을 보여주네요.
대각천 이라는 빗돌이 서있네요.약수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손잡이 달린 바가지를 보니, 여기 물을 먹어도 되는 건가?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정확하게 물이 어디서 나오는 지도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물먹는 건 패스~!!!
다만 대각천이란 빗돌을 자세히 봅니다. 아, 그래서 깨달음의 물을 만날 수 있다고 했구나...
[깨달음이란 가장 보편적 진실을 보는 것이다. (힘내세요. 부처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제 곧 부처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적멸보궁을 만나겠지요?
아하, 여기가 바로 그곳이군요. 지난날 관음전이 있던 자리인가 봅니다. 지금은 불에 타서 없어졌답니다.
아니 그래 어쩌다가 이 높다란 산속에서 불이 났을꼬?
이제 끝이 보입니다. 적멸보궁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궁이라고 쓴 현판도 보입니다.
하하하, 나보다 먼저 올라선 울남편 낯빛에도 힘들다는 게 바로 보이네요.
드디어 끝입니다.
[적멸보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이연 공덕으로 오래도록 이익과 행복 있기를 기원합니다. 길상암 감원 광해)]
우리가 바로 이 전각 하나 보려고 예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렇다고 저기 아래에서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닌데, 헉헉!!!
범종이 보이네요. 이 높은 곳에...
아마도 저 아래에서 봤던 황금빛 범종이 있기 앞서는 이 범종이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난 저 범종이 훨씬 더 보기에 좋은데...
우리부부는 불자는 아니지만, 나들이길에서 절집을 자주 만난답니다.
예까지 올라왔으니, 이런 글귀 하나라도 놓치지 않아요. 꼼꼼하게 읽어봅니다.
모두 참 좋은 말이네요. 아.........네.
올라온 길을 되돌아 서서 내려다봅니다. 끝없이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돌계단...
자그마한 탑도 하나 있네요.
세월이 느껴집니다.
적멸보궁인데, 현판에는 '보궁'이란 두 글자만 써있네요.
아뿔싸! 그런데 적멸보궁은 이렇게 문을 잠궈놨네요. 열고 안을 들여다볼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그래도 열어볼 걸 그랬나? 내려와서 생각하니 안이 몹시 궁금하네요.
하기야 절집 안 풍경이야 뻔하겠지만 말이에요.
고생하며 올라왔던 적멸보궁을 뒤로 하고 다시 내려옵니다. 저 아래와 이곳의 온도 차이가 꽤 나더군요.
힘든 길을 오르면서 땀도 났는데, 조금 있다보니 바로 서늘해지더군요.
그래서 서둘러 내려왔답니다.
돌계단 곁에 이렇게 빗자루가 보이네요.
아까 그 길상암 대웅전 곁이랍니다. 절집에서 쓰는 제기인가요? 반짝반짝 황금빛이네요.
이젠 길상암도 뒤로 하고 가야산 소리길로 다시 내려섭니다.
길상암 오르는 계단 중간쯤엔 소리길로 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 길을 따라 갑니다.
불모전? 뭐지?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마야보살)을 모신 곳이랍니다.
이곳에서 예를 갖추면 득남도 하고 대학입시도 직장도, 자손번창, 학업성취도 이룬다고 적어놨네요.
끝으로 길상암 스님인 광해 스님이 들려주는 좋은 글을 읽으면서 새겨봅니다.
가야산 소리길 이야기는 다음에 또 이어집니다.